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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인터뷰:
“아름다운 평화의 섬이 파괴되고 있어요”

경찰과 해군의 온갖 폭력·협박·벌금 등과 보수 진영의 색깔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고권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을 인터뷰했다.

바위는 얼마나 폭파됐고 주민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질기게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중입니다.

지금 해군이 계획하는 대로 5월까지 1차 발파가 다 끝나더라도 바위 면적을 10퍼센트 정도 잃은 것에 불과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려고 해요.

구럼비 바위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한마디로 삶의 전부를 관장하던 곳이었죠.

고권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구럼비 바위에서 낚시도 하고, 야영도 하고, 수영도 즐기고 했던 곳일 뿐 아니라 절도 하고 고사도 지내던 곳이죠. 할망물이라는 곳도 있어요. 강정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난 후에, 또 제사를 지낼 때도 그 물을 떠다가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했기 때문에 탄생과 죽음의 의미가 다 있는 거죠.

그래서 어르신들에게는 그 바위가 파괴되는 것이 너무 큰 충격인 거예요. 나이 든 어르신들이 생업 자체를 포기하고 공사장 정문에서 농성하시는 모습을 보면 진짜 안타깝죠.

그런데 사람이 바로 인근에 있는데도 파편이 튀든 말든 관계 없이 발파를 해 버리더라고요.

경찰과 해군의 폭력상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화약 운송을 막으려고 활동가와 주민 들이 PVC파이프를 이용해 서로 팔을 연결했는데 경찰이 나타나자마자 “톱 가져 와” 하더니 톱으로 PVC파이프를 썰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죠. 그러더니 바로 망치로 두들겨서 사람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비명을 지르고 하는데도 계속 그렇게 두들겨 부수면서 연행을 한 겁니다. 그 과정에서 크게 다치신 분이 많았어요. 한 분은 긴급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어요.

지금까지 경찰과 해군은 이런 폭력을 수도 없이 벌여 왔어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으려고 온 힘을 다해 투쟁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전국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인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저 개인에게만도 벌금 5백만 원, 손해배상을 1억 원 가까이 청구했더라고요. 대충 이제까지 강정 주민들이 받은 벌금만 1억 5천만 원, 손해배상 청구는 4억 원 가까이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해적이 하는 짓이랑 뭐가 다르냐고 항의 차원에서 한 해적 발언을 지금 집권세력은 정치적 선전으로 이용해 먹고요.

그동안 주민들이 당한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로 푸는 방법을 취해도 지금 가슴속에 맺혀 있는 응어리가 풀어질까 말까예요.

그런데 오히려 이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치 김정은을 추종하는 사람인 것처럼 매도해 버리니 ‘너희들은 국민이 아니다’ 이런 선언을 받은 거잖아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는 거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기지로 이용되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주둔기지 협정 등을 보면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쓰려고만 마음 먹으면 우리는 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해상 진출을 원천 봉쇄하려고 세계 도처에 기지를 확장해 나가고 계속 해군력을 동아시아 쪽에 집중 배치할 계획을 세우는 상황인데, 이 해군기지를 미국이 쓴다는 것은 상상의 문제가 전혀 아닌 거예요.

그리고 제주도를 지구본을 놓고 선을 그어 보면요. 딱 요코스카라던가 하와이 쪽으로 날라가는 미사일 경로 상에 있어요. 그렇다면 정말 상상하기 싫지만 MD가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미국의 주요 전략 기지를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제주도가 희생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상상을 안 할 수가 없죠.

그리고 모 국회의원을 통해서 입수한 해군 내부 자료를 보면요, 아예 설계 배치도에 3백35미터 항공모함을 그려 놓고 설계를 했어요. 국방부가 처음에는 부인만 하다가 “미 항공모함이 한번 들어올 때마다 미군이 내려서 한 60억 정도의 경제 수입이 생길 텐데 왜 반대하냐”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는 거예요.

또 미 7함대 운영세칙을 보면 3일만 기항을 해도 항모 전단이 구비한 모든 비행기를 다 육상 공항에 내려놔야 한대요. 그렇기 때문에 항모 전단이 들어가는 근처에는 반드시 공군 기지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공군이 들어오면 장거리 레이더, 통신 설비, 육상지원단 등이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고 결국 제주도의 남쪽 부분은 전부 군사 기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입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야권들이 보수 세력의 파상공세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게 중요한 이슈임에도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원칙적인 얘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댐 공사를 95퍼센트나 해 놓고 잘못된 사업이라고 판단해 철회한 경험이 두 차례나 있습니다. 아무리 지금 사업비가 들었고 공사를 하고 있다 해도 잘못된 사업은 철회시켜야 합니다.

단지 제주도나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과 발전 그리고 자주와 민주를 위한 것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진지하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정리 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