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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성 발사 논란:
오바마·이명박이 쏘면 위성, 북이 쏘면 미사일?

북한 정부가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히자 주변 열강이 반발하면서 북한 때리기에 나섰다.

오바마는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면 “대북 식량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고, “추가적인 고립 및 제재 조치 강화” 가능성도 말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위성이 일본 근해를 향할 경우 요격도 불사하겠다’ 하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 위해 이지스함,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을 대기시키려 한다.

수원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한미일 정부는 북한 위성 발사를 핑계 삼아 위험천만한 군비 경쟁을 벌이려 한다.

이명박 정권도 북한 위성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했고, 국방부는 로켓이 “정상궤도를 벗어나면” 요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려 한다. 보수우익들은 현재 3백 킬로미터로 묶인 것을 최소 8백~1천 킬로미터까지 늘려야 한다고 성화다.

물론, 우리는 북한 위성 발사를 결코 지지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주변 열강과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핵무기를 2천 기 이상 실전 배치한 국가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 띄운 첩보 위성만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우주 기술을 군사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해 왔다.

한국도 그동안 위성과 로켓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나로호의 2단 추진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경험’ 덕분에 ‘3천 킬로미터 급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력을 축적했다.’

일본은 자체 기술로 위성 개발과 로켓 발사를 모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리고 그 기술로 한반도와 중국 일대를 감시할 군사 위성들을 우주에 올려 왔다.

지난해만 미국은 18기, 중국은 19기의 로켓을 발사했다. 한국도 지금까지 총 13개 위성을 우주로 보냈다. 그럼에도 이들은 유독 북한의 위성 발사만을 문제 삼는다. 마치 자신들이 우주를 전세 냈다는 식이다. 자신들과, 자신들의 허락을 받은 나라들만 우주에 위성을 쏠 수 있다는 제국주의적 행태인 것이다.

오바마는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돈을 그런 곳[로켓 발사]에 쓰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은 굉장히 어렵다” 하고 북한을 비난했지만, 오바마 자신도 2008년 경제 위기로 미국 민중의 고통이 커지는데도 아프가니스탄에 수만 명을 증파한 바 있다.

미국은 또 북한의 위성 발사가 2·29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지난해 미국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2·29 합의를 했던 것이다. 더구나 2·29 합의문에는 위성 발사 금지 문구도 없다.

게다가 그동안 북미 간 협상에서 숱하게 ‘약속 위반’을 해 온 것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무자비하게 북한을 봉쇄·압박하면서, 가끔 쥐꼬리만 한 보상을 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클린턴 행정부 내내 이행되지 않다가, 부시 행정부에 의해 전면 부정됐다. 미국은 2000년 북미 미사일 합의도, 2005년 9·19 공동성명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받은 건 고작 중유 수백만 톤, 일부 경제 제재 완화일 뿐이다.

우주를 전세 냈나?

물론 위성 운반 로켓과 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핵을 가진 북한의 위성 발사 능력 향상은 위협적인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애써 온 것은 미국과 그 동맹들의 압박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해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 능력도, 중거리 미사일도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그때보다 경제력이 후퇴했음에도, 핵무기 보유국이자 장거리 미사일을 가진 국가로 변모했다.

그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지렛대로 북한을 계속 악마화하고 압박한 결과였다. 〈AP통신〉조차 “미국은 반복적으로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 왔고, 계획해 왔으며, 위협해 왔다” 하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1년 핵태세보고서에서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꼽은 이후 그것을 철회한 바가 없다.

이런 처지에서 북한 지배자들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신세’가 되지 않으려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이다.

물론, 지금 미국과 북한이 “추가 제재”, “선전포고” 등 험악한 말들을 주고 받고 있지만, 이것이 당장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란 문제 등 더 우선시할 현안들이 많고, 대선을 앞둔 오바마는 한반도 문제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압력도 받고 있다. 그러나 2·29 합의 직후에 바로 위성 발사 문제가 불거지듯이, 북미 간 합의는 근본에서 불안정하다. 북미 관계는 앞으로도 협상과 합의, 합의 파기와 강경 대응 등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갈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중국과 미국 간에 지정학적·경제적 긴장이 발전하는 상황 속에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위협론을 이용해 동아시아에서 기존 동맹들을 강화해 왔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 계획들도 하나같이 동아시아에서 긴장을 높이는 것들이다. 당장 MD를 통해 북한 위성을 추적하고, 심지어 요격할 수도 있다는 미국과 일본의 대응은 중국을 자극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도 이번 기회를 이용해 공식적으로 MD 체제에 참가하려 할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 대신에 MD 참가 등을 미국과 주고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주변국의 강경 대응과 추가 제재가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을 불러,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명박과 오바마의 북한 비난과 제재 시도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한겨레〉 등이 제국주의 압박과 위선보다 북한의 위성 발사를 더 주되게 비판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진보 진영은 흔들림 없는 반제국주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평화를 위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