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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언론 파업 콘서트:
“정수장학회 해체하고, 공정 언론 쟁취하자”

3월 30일 부산역 광장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이름은 “장물환수 대작전”.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 정수장학회 사회 환수’, ‘방송 장악 반대, 공정 언론 쟁취’의 목소리를 내는 콘서트였다.

행사에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규탄 발언도 많았다. 이날 ‘Reset 9시 뉴스’가 국무총리실 사찰 문건을 폭로했고, 행사에 정부의 ‘요시찰 대상 연예인’ 김미화도 출연했기 때문이다.

사회자는 조중동이 이날 민간인 사찰 문건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고, KBS 사측은 사찰 보도 관련자 11명을 징계위원회에 넘기는 ‘신속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파업 중이지 않았다면 이런 내용을 자신 있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3월 30일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 정수장학회 사회 환수’, ‘방송 장악 반대, 공정 언론 쟁취’를 요구하는 언론노조 콘서트가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7백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한 노동자들은 기세가 있었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노동자들과 콘서트 당일이 파업 99일째였던 국민일보 노동자 그리고 정수장학회에 맞서 싸우는 부산일보 노동자가 모였다.

또한, 부산시민도 다수 참가했다. 다함께 회원들과 부산대 학생들도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공연과 발언을 통해 이명박을 비판하고, 공정한 언론을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한홍구, 진중권, 서해성 교수도 정수장학회를 공격했다.

“박정희가 청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MBC 외에도 영남대, 육영재단 등은 대통령 때 강탈해서 모은 재산들이다. 다 합치면 수조 원은 넘을 것이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 시신을 찍은 사진기자는 부산일보 소속이었다. 그리고 부산 문화방송은 당시의 혁명을 중계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가 박정희에게 넘어간 후 완전히 상황이 변했다.”

한홍구 교수는 “오직 정수장학회를 해체하고 사회로 환수하는 것만이 답이다” 하고 주장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노동조합 위원장들도 투쟁과 지지를 호소했다.

“김비서가 남느냐, 새노조가 남느냐?”, “국민일보 조용기 다음은 이명박이다”, “50년 전 정수장학회가 장물이었다면, 이제는 편집권과 독립권을 빼앗겼다. 이를 되찾자. 4·11 총선 투표 독려부터 하자.”

언론 장악에 맞선 투쟁은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벨기에 등의 노동조합 연대 메시지를 전했고, 요하네스 스티그너 국제사무직노조 미디어엔터인먼트 국장은 직접 이 행사에 참가했다.

“한국의 언론인 투쟁은 한국에만 국한된 싸움이 아니다. 프랑스 국영방송도 한국 방송사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고, 스페인에서 많은 언론인이 해고된 상황이다. 헝가리에서도 비슷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노동자의 투쟁은 전 세계 노동자의 대리전이다. 꼭 승리하라” 하고 연설했다.

이명박의 언론 장악 목표는 다른 국가의 지배계급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자본의 추악한 실체를 감추고 포장하기 위함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분노와 저항을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자신들의 더러운 목적을 달성하고자 언론인을 탄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국의 언론 노동자들은 공통의 적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 그리고 투쟁하는 다른 노동자·민중과 만나야 한다.

이 콘서트에 참가한 노동자들도 1퍼센트에 맞선 다른 투쟁과 결합한다면 승리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 파업을 지지하는 참가자들

이날 행사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정된 콘서트 시작 시간이 20여 분이 지나도록 행사는 시작하지 않았고, 무대 바로 옆에 민주통합당이 유세차를 대놓고 민주통합당 후보 띄우기를 했다. 주최 측이 일부러 시간을 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노조지도부들은 연단에서 투표 참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았는데, 총선에서 새누리당 심판을 통해 언론장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했다.

물론 언론장악을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이 참패한다면, 이명박과 지배계급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사태를 변화시키는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이명박에게 ‘물타기’의 빌미를 준 참여정부의 후신이고, 2010년 투쟁 당시 한나라당과 타협하며 ‘언론악법’ 통과에 일조했다.

‘공정한 방송’을 쟁취하기 위해 민주통합당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파업을 더욱 확대하고, 다른 투쟁과 결합하면서 이명박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