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의 불법 사찰 폭로는 단연코 언론 파업이 낳은 정치적 성과다. ‘김비서(KBS)’ 방송에서는 불가능했을 보도가 “공정 방송”을 내건 파업 노동자들의 팟캐스트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불법 사찰 폭로로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한 노동자들은 지난 2주간 더한층 전진했다.

KBS 새노조는 더 많은 이들이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고, 이에 응답해 보직 간부들이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업무에 복귀했던 〈1박2일〉 PD 등도 다시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사찰 폭로 직후 사측이 51명을 징계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방송3사 공동 파업 집회  파업 효과를 높여 방송을 멈추고, 연대를 확대하면 승리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정말 반갑게도 KBS 구노조도 파업을 예고했다. 규모가 크고 기술직을 포괄하는 구노조가 동조 파업에 나선다면, 방송 차질은 훨씬 커질 것이다.

금속노조가 신문 광고를 내는 등 파업 지지 여론도 확대되고 있다.

이 속에서, 언론 노조들은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사장 선임 권한을 가진 기구들을 개혁해 MB 아바타들을 쫓아내고, 민주적 의사를 반영할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민주통합당의 국회 행보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향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개혁적인 안이 통과될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실질적 조처들이 보장될지는 전적으로 투쟁의 힘에 달렸다. 

사실 언론 노조들은 그동안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회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 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언론 문제에서도 일관되게 개혁적인 세력이 아니고, 몇 번이나 배신적 타협과 후퇴도 해 왔다.

따라서 “여당에 기죽지 말고 야당에 너그럽지 말자”는 노종면 전 YTN노조 위원장의 말이 옳다. 필요한 것은 민주통합당에 기대지 말고 아래로부터 투쟁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와 낙하산 사장들이 그칠 줄 모르고 악랄한 징계·탄압 세례를 퍼붓고 있는 지금, 투쟁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빨리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려면 방송 차질을 확대해 시청률을 낮추는 게 효과적이다. 시청률이 광고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조업체는 라인을 세워 회사에 타격을 주지만 방송을 세울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언론 노동자들은 실제 방송을 세울 힘을 갖고 있다. 〈무한도전〉이 9주째 결방되면서 광고 수익이 반토막 나 20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힌 것을 보라.

물론, 외주화가 파업 효과를 제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스태프의 밥줄이 PD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한 데서 드러나듯, PD들이 스태프의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함께 싸우자고 호소한다면 방송을 멈출 수 있다.

더구나 MBC에서 일부 방송 작가들은 “파업에 나선 이들에게 누를 끼칠까 걱정”해 사측의 지시를 거부하고 결국 방송사를 떠나기까지 했다.

KBS의 한 방송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담당 PD는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 카메라맨, 편집팀 등을 모두 구성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당신들의 요구를 걸고 함께 싸울 테니 같이 파업하자’고 하면 모두 일손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PD의 공백을 메우며 사실상 파업 파괴자 구실을 하는 제 모습에 이렇게 괴롭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대체인력

그런 점에서, 일부 PD들이 대체인력 투입을 도운 것은 아쉽다. 시청률 경쟁에 “몸값”이 좌우되는 현실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MBC 아나운서들처럼 파업 효과를 제약하는 대체인력 투입에 반대해야 옳다.

특히 MBC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을 총선 방송 제작에 투입한 것은 아쉽다. ‘이런 불공정한 방송에선 총선 보도 못 한다’(정영하 위원장)고 선언까지 한 마당이었는데 말이다.

민주노총 등은 언론 파업 연대를 위해 시청 거부운동을 하고 있는데, 파업 당사자들이 시청률을 걱정해 총선 보도에 나선 것은 옳지 않았다.

물론 방송을 마비시키면 개별 노동자들에게 징계나 손배 등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노조가 집단으로 맞서 승리하고 징계 시도를 무력화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KBS 새노조가 구노조의 파업을 적극 호소하고, 좌파적 단결을 추구할 필요도 있다. 구노조 지도부가 사측에 협조적이었고, 지금도 낙하산 사장 퇴진 요구를 비켜가는 등 우려스런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구노조는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구노조 지도부의 잘못을 이유로 구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사측에 맞설 기회, 파업 효과를 높일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새노조는 기술직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 개선 등의 요구를 결합시키며 투쟁을 전진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로비 농성 등을 통한 피켓라인을 형성하며 파업 대열을 늘려야 한다.

‘MB 언론장악 심판, MB 낙하산 퇴출,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실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구의 주요 단체들이 총선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대 집회 건설 등을 방기해 온 태도는 하루 빨리 교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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