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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당 신화를 넘어서자

독일 해적당의 성장을 보고 한국의 일부 진보 인사들이 “해적당의 약진을 한국의 진보정당, 진보운동에 복제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해적당은 지난해 9월 베를린시 선거에서 9퍼센트를 얻으며 약진한 이후 올해 3월 자를란트주 선거에서도 7퍼센트를 얻었다.

남유럽발 경제 위기가 유로존의 중심국가인 프랑스와 독일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지배계급의 내핍정책에 대한 반발이 기민당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사민당은 그 반사이익을 일부 얻었다. 사민당은 베를린시 선거에서 원내 제 1당을 유지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녹색당 주지사가 당선했고,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제 3당이 됐다. 좌파당도 11.7퍼센트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경제 위기 시기 급진화 되는 사람들의 열망이 좌파정당들에 대한 투표로 나타난 것이다.

해적당의 약진은 기존 사민주의 정당들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이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적록연정을 구성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시절 “제 3의 길”을 추구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앞장서 추진하고, 코소보 파병을 강행한 전력은 개혁주의자들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결국 메르켈에 권좌를 내 줬다.

대체로 해적당은 기존 사민주의 정당들을 불신하는 자율주의적·아나키즘적 성향의 청년과 지식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광장을 점거하고 싸우던 스페인의 청년들이 양대노총과 스페인 사회당을 지지하지 않고 자율주의적·아나키즘적 대안으로 빠져들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청년들이 해적당 깃발 아래 모여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카피레프트, 교육기관 및 모든 학술문헌의 무료화, 핵에너지 사용 반대 등 사민당이 지키지 못한 개혁조처들을 자신들만의 비타협적인 언어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적당 지지자들은 국가와 그 국가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만 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해적당의 취약한 기반은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국가에 종속되기는 싫은데, 그 강력한 국가조직에 맞설 수 있는 힘은 없다.

자율주의적 대안을 찾았던 급진적 청년들 중 일부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들은 어떤 계기에서든 스스로‘구닥다리’로 여겼던 노동계급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될 것이다. 변화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급진좌파들은 이렇게 급진화하는 청년들과 토론하고, 그들과 과거 혁명과 투쟁에서 일반화된 교훈들을 공유해야 할 임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