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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울산에서 노동계급의 표를 잃었는가?

통합진보당은 19대 총선에서 크게 약진했다. 그런데 어떤 좌파들은, 통합진보당이 울산에서 1석도 얻지 못한 것을 두고 통합진보당이 노동계급에게 노동자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계급의 표를 잃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울산의 선거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결코 줄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울산의 선진 노동자 다수가 통합진보당을 더는 노동자 정당으로 느끼지 못해 선거에 기권했을 경우에 예상되는 결과는, 전반적인 정치 환멸 속 낮은 투표율과 함께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이 민주노동당 시절과 비교해서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이 없다고 여기는데 굳이 투표소로 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 노동자들이 모두 진보정당을 지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선진 노동자들의 의식 역시 불균등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들도 적극적 지지에서 소극적 지지 등의 편차가 있다. 또한 투쟁 경험이 없는 노동자는 경상도의 지역주의나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울산에도 민주통합당의 기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가 통합진보당을 찍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17대 총선에서 적은 득표를 했고, 18대 총선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으며,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 경선에서 통합진보당에게 패배했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지지자에 의한 통합진보당 득표의 착시 효과는 작다고 볼 수 있다.

울산 북구에서는, 투표율이 58.3퍼센트로 18대 총선의 47.8퍼센트에 견줘 10퍼센트가량이나 늘었다. 통합진보당 후보의 득표율 역시 47.2퍼센트로 노무현 탄핵 반대 운동 열풍 속 17대 총선의 46.5퍼센트와 비교해도 약간 높을 뿐 아니라, 18대 총선의 31.6퍼센트에 견주면 훨씬 높았다.

울산 동구의 투표율 역시 59.8퍼센트로 18대 총선의 47.7퍼센트에 견줘 10퍼센트가량 늘었다. 통합진보당의 후보의 득표율은 43.3퍼센트로, 17대 총선의 23.5퍼센트에 견줘 2배가량 획득했고 진보정당 중 진보신당 후보만 출마한 18대 총선에서의 진보신당 후보의 득표율 32.1퍼센트에 견줘서도 매우 높았다.

득표수를 비교해 보면, 울산 북구에서는 18대 총선보다 통합진보당 지지자가 2만 명가량 늘었다. 19대 총선의 총 투표수는 18대 총선보다 2만 5천 명가량 늘었는데, 이것은 늘어난 총 투표수 중 우파 후보를 지지한 5천 명을 제외한 80퍼센트 정도가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했음을 뜻한다.

울산 동구는 19대 총선의 총 투표수가 18대보다 1만 5천 명가량 늘었는데, 통합진보당의 득표수가 18대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진보정당 중 진보신당만 출마)의 득표수보다 1만 5천 명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아 통합진보당이 늘어난 투표수를 거의 다 흡수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추가로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우파 정당의 득표율은 하락했지만, 이들의 득표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즉, 늘어난 선거인단과 투표인단의 대부분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계급표

따라서 울산의 노동자들이 더는 통합진보당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보지 않아, 통합진보당이 계급표를 잃어 울산에서 1석조차 얻지 못했다는 주장은 틀렸다.

선거 결과는 통합진보당이 여전히 울산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시절과 비교해도 상당히 지지가 늘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울산의 선진 노동계급이 여전히 통합진보당을 노동자 정당이라고 본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울산에서 1명도 당선하지 못한 이유는 박근혜가 우파들을 효과적으로 결집한 것에 비해, 진보진영은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이 협력하지 않고 낯뜨거운 비방전 등 분열을 일삼았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좌파는 통합진보당의 우경화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종파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묻지마’ 야권연대 대신 진보대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