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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비례후보 부정 선거 의혹:
타락의 조짐?

통합진보당이 비례후보 부정 선거 의혹으로 시끄럽다. 당 지도부는 총선 다음날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부정 선거 시비는 이미 비례후보 선출 직후부터 있었다. 투표 명부 상의 이름과 투표자가 불일치하거나 이중 투표, 대리 투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 투표 진행 도중에 소스코드(‘온라인 투표함’)를 열어봤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년비례 경선에서도 제기된 바 있는 의혹이다.

한심한 선거 관리 탓인지 아니면 특정 세력에 의한 의도적 부정 선거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진상조사위는 곧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진보의 도덕성’을 훼손한 이번 의혹을 대충 얼버무려서는 안 되고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지금 우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통합진보당을 비난하고 있다.

“부정 선거 유형이나 방식은 북한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새누리당)이라며 색깔론까지 덧씌우고 있다.

물론 최시중 비리가 보여주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패 스캔들이 터지는 집권당의 이런 공격은 역겹다.

부패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의 부정 선거 의혹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부정 선거 의혹은 근본적으로 위로부터의 점진적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병폐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는 개혁주의 경향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 있다.

부패와 타락으로 점철된 자본주의에서 정치 체제의 부패는 필연적 경향이다.

이런 체제 자체를 건들지 않은 채 부분적 개혁에 머물다 보면 체제의 타락적 요소가 부지불식간에 스며들게 된다.

브라질 노동자당(PT)도 선거를 통한 위로부터 개혁이 강화되던 1980년대 중반부터 부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4년 대선 당시 부패에 연루된 기업인들한테서 기부금을 받았고, 집권 시절인 2004년에는 투표 조작 비리로 의원 40여 명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노항래 통합진보당 정책위원장처럼 “과거 노동조합 선거 때의 낡은 관행”과 “운동권적 마인드”가 이번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틀렸다.

오히려 진보정당의 추동력이 아래로부터(노동조합과 부의 축재에 적대적인 개인들 같은) 나올수록, 노동조합이 더 민주적일수록, 부패에 훨씬 더 민감해진다.

초기 민주노동당이 기성 정치 체제의 부패와 타락에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민감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갈수록 선거 승리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부차적이라는 관념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은 간단히 무시해도 좋다는 당권파들의 스탈린주의 정치가 이런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선거를 통한 위로부터의 개혁에 매진할수록, 종래에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치달을수록, 그 당 내에서 부패 차단을 위한 균형추가 약화될 위험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