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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언론 파업:
‘1퍼센트의 입’을 닫아 버리자

언론 노동자들이 투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MBC 노동자들은 이미 역대 최장기 파업의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저항을 계속해 ‘MB씨 방송’의 시청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보직 간부와 신입 사원 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했고, 심지어 일부 방송 작가들도 계약 해지를 무릅쓰고 일손을 놨다.

5월 11일 언론노조 파업 승리 전국 노동자 대회 이날 금속노조 등 곳곳에서 모인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MBC,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단결의 힘을 보여 줬다.

KBS 새노조도 벌써 7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며 편집권 독립 요구의 정당성을 만천하에 입증해 보였다.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의 노동자들도 어려움을 딛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YTN 노조도 2주간 재파업에 나섰다. 언론 노조들은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캠프’도 시작했다.

언론 파업은 그동안 정부·여당의 위기를 심화시키며 큰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 왔다.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텐트’를 치고 농성중인 언론노동자들

특히 불법 사찰 폭로로 청와대의 총체적 범죄를 드러낸 것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은 파업 덕분에 가능했다. 박근혜의 물타기에 대처할 수 없었던 민주당의 꾀죄죄함 때문에 그 효과가 반감된 게 개탄스럽지만 말이다.

언론노조는 5월 15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장 앞 대규모 파업 집회도 예고했는데, 이것은 새누리당을 압박할 또다른 기회가 될 것 같다.

한편, 언론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의 자신감과 사기를 고무하기도 했다. 특히 총선 직후 MBC·KBS 노동자들이 ‘파업은 계속된다’고 선언한 것이 그랬다. 이것은 여소야대 실패로 진보진영이 낙담하고 있던 순간에 우리의 갈 길을 보여 주는 이정표와 같았다.

며칠 뒤 민주노총은 “투쟁 기조는 더 강조돼야 한다”며 6월 경고 파업과 8월 말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언론 파업 지원을 위한 노동자대회를 계획했다.

요컨대, 언론 노동자들은 올해 노동자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언론 파업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고, 정부·여당의 위기를 더한층 가속화할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급 대중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민주노총 파업의 중요한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사장들을 앞세워 언론 노동자들을 무릎 꿇리려고 안달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가 “언론사 파업은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블랙 아웃

지금 사측의 탄압과 공세는 극심하다. 김재철은 해고와 대량 징계, 수십 억 원대 손배 가압류를 단행하며 노동자들을 옥죄었다. 그는 대규모 인사 개편으로 친정체제를 만들고, 시사교양국 폐지와 외주화 확대 등을 밀어붙이며 그야말로 막장의 끝을 보여 주고 있다.

KBS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인규는 최경영 기자를 해고하고 추가 징계 협박도 계속하고 있다. 새노조의 파업 농성장을 침탈하고 노동자들을 사옥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경영진 퇴진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틀렸다. 설사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나 법 개정을 논의해 보자고 해도, 이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진보적 인사로의 교체, 편집권의 독립 등을 지지할 리 만무하다.

사실 정치권이 국정조사와 방송법 개정을 말하게 된 것은 언론 노동자들이 굳건히 싸워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진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가 문제를 봉합하는 수순을 밟았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처럼 “민주통합당이 해결하라”는 데 강조점을 두기보다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MBC 노조가 송출 인력의 일부를 파업에 동참시킨 것처럼 말이다.

노조는 “화면이 안 나오는 ‘블랙아웃’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렇게 사측에 타격을 가해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더 많은 송출 노동자들을 파업에 동참시키고, 대체인력 투입을 막으면 사측을 더 압박할 수 있다.

언론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MBC 로비를 가득 메워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KBS로 달려가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농성장에서 쫓겨난 KBS 노동자들의 설욕을 갚아준다면 정말 통쾌할 것이다. 이런 행동을 위해 파업 노동자들이 결집하고 진보진영도 적극 연대한다면 투쟁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5월 11일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는 바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 줬다.

5월 11일 ‘언론노조 파업 승리 전국 노동자 대회’ 참가자들이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등 곳곳에서 모인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MBC,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단결의 힘을 보여 줬다. “민주노총이 동지들을 엄호하기 위해 왔다!”

언론 노동자들은 연신 “감격스럽다”고 말하며 “반드시 승리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한 조합원은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가 외치는 공정 방송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자는 것”이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많은 이들이 느꼈던 것처럼, 언론 파업은 민주노총의 6·8월 파업과 별개가 아니다. 이명박과 새누리당의 반노동·반민주 정책에 맞서 힘을 합칠 때, MBC 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말한 “정권에 맞선 투쟁”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