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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새로운 정치적 국면이 열리고 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언론은 영국이 “기술적[보통 일시적 조정에 따른]” 경기후퇴에 빠져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통계학자들은 경제가 6개월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후퇴라고 부른다. 영국 경제는 2011년 4사 분기와 2012년 1사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렇게 영국 경제는 경기후퇴에 빠져 있다. 일시적 조정 문제가 전혀 아니다.

실제로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 2008~09년 영국 경제는 1920년대 초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다. 그 뒤로도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과 마르크스주의자 마이클 로버츠 모두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네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실업자다. 외무장관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갈로는 “엄청난 규모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20대 경제국들의 상황을 검토한 〈파이낸셜타임스〉는 4월 중순에 세계경제가 “생명 유지 장치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경제 성장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융 시스템에 쏟아 부은 자금에 의존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장기적 잠재력에 비해 상당 기간 동안 느리게 성장하는 시기를 경기 침체라고 정의한다. 이 경기 침체로 선진 경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2007~08년 거품 붕괴 이후의 회복은 엄청나게 쏟아 부은 값싼 신용으로 부양된 것이었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은행들과 가계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대출을 갚는 데 집중했다. 즉 디레버리지(부채청산)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소비 지출과 투자를 축소시킨다. 둘째, 정부들, 특히 유럽연합(EU)은 긴축 정책을 통해 상황을 훨씬 악화시키고 있다. 공공 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감소시켜 그리스와 스페인 같은 나라들의 경제를 하락의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쥐어짜기

셋째, 기업들은 위기를 이용해 노동자를 쥐어짜 막대한 이윤을 획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윤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넘쳐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1조 7천억 달러, 유로존 기업들은 2조 달러, 영국 기업들은 7천5백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로버츠는 이런 현상은 이윤율(투자대비 이윤)이 2010년 이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몇 주 동안 경제 침체에 대처하는 정치적 대응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가장 분명한 예는 프랑스 대선이다. 마린 르펜이 1차 투표에서 이토록 선전한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유권자 30퍼센트가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유로존에 도입한 긴축 정책에 반대해 르펜과 장뤼크 멜랑숑에게 투표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주에 네덜란드 정부가 붕괴했다. 이는 반동적 이슬람혐오주의자 거트 빌더스가 네덜란드 정부의 최근 긴축안에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빌더스는 내각 총사퇴에 따라 실시되는 총선에서 표를 모으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급진좌파인 사회당 역시 선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주 그리스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좌파와 우파는 더욱 양극화했다. (관련기사 “그리스 총선 ― 반긴축 투쟁이 낳은 급진좌파의 도약”)

더 많은 주류 정치인들이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는 긴축을 제도화하는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두 명의 마리오, 즉 유럽 중앙은행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와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몬티도 경제 성장을 더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로 불명예스럽게 실각한 대처주의자 리암 폭스는 영국 연립정부의 어려움을 틈타 성장 정책으로 변화를 요구하며 정치적 부활을 꾀하고 있다. 그의 성장정책이 의미하는 바는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도록 공격하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독일 정부가 유로존 전체에 비슷한 ‘개혁’을 실행하자고 나서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멍청한 짓이다. 임금 삭감은 단지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 파괴적인 사회 경제적 결과들 때문에 긴축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경제 위기는 새로운 정치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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