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자들이 사회운동에 대한 정권의 불법 사찰을 폭로한 후 진보진영은 4월 초에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비상행동(약칭 민간인불법사찰 비상행동)’을 결성했다. 

그런데 ‘민간인불법사찰 비상행동’ 내에서는 초기부터 운동의 방향에 대한 몇가지 논쟁이 있었다. 예컨대 일부 NGO들과 한국진보연대 등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이명박 퇴진을 요구로 내거는 데 반대했다.  

4월 7일 민간인 불법 사찰 진상규명 문화제  불법 사찰의 몸통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NGO들은 불법 사찰의 공동 수혜자인 박근혜가 특검을 주장하며 물타기와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데도, 특검이 요구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연대 다함께’는 ‘이명박 퇴진, 책임자 처벌, 사찰 기구 해체’를 요구로 내걸고 투쟁을 건설하자고 주장했고, 특검은 시간끌기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동지들은 야권연대의 총선 승리에 매달리며 민주당이 집권 시절에 저지른 노동조합에 대한 사찰을 비판하는 것을 삼갔다.

결국 총선 후에 박근혜는 뻔뻔스럽게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얘기하더니, 4월 23일 새누리당은 ‘노무현·이명박 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특검법을 발의했다.

4월 24일 ‘민간인불법사찰 비상행동’은 향후 활동 방향을 토론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바로 전날 새누리당이 특검법을 발의했는데도 참여연대는 여전히 특검을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9년 도입된 특검이 사건을 제대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게다가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불법 사찰의 몸통인 이명박이 임명한 특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국정조사와 청문회도 쟁점이 됐다. 참여연대 동지는 여전히 민주당에 기대를 걸며 청문회를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한국진보연대 동지는 민주당이 열의를 보일지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도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핵심 요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국정조사·청문회에 기대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한 국정조사들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를 운영하며 노동운동, 진보운동에 대한 사찰과 탄압을 한 ‘원죄’가 있는 민주당을 믿을 수 없다.

원죄

‘민간인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명박 퇴진, 책임자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로 내걸고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명박 퇴진을 내거는 것이 민주당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은 군사독재의 계보를 잇는 권위주의적 잔재라는 요소도 있지만, 본질은 자본주의적 국가기구를 통한 계급 지배다. 

이명박 정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이에 권위주의적 잔재에서 차이는 있지만, 99퍼센트 피억압 계급을 감시하고 탄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민간인불법사찰 비상행동’은 민주당에 기대지 말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 노동자, 이명박 정부의 기획과 공작으로 해고되고 스물두 명의 목숨이 희생된 쌍용차노동자,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노동자 등과 함께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써야 한다.

언론 장악, 정리해고, KTX 민영화, 의료 민영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반대하는 운동과 함께 거대한 대중 투쟁을 벌인다면 결코 박근혜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함부로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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