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안양 공장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일했던 고(故) 이윤정 씨가 2010년 악성뇌종양을 선고받고 서른세 살 젊은 나이에 숨졌다.

삼성반도체에서 파악된 32번째 사망자이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포함하면 55번째다. 사실 이조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고인의 죽음이 알려지자 추모와 항의가 번지고 있다.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 메인 뉴스에 보도됐고, 하루 만에 1백16개 단체, 1천3백여 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20여 나라의 단체‍·‍개인 들과 국제금속노동조합연맹이 정부와 삼성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5월 10일 삼성 본사 앞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1백여 명이 참가했다. 삼성은 영결식 직전 운구차를 한 시간 동안 봉쇄하고 훼방을 놨지만, 결국 영결식을 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발언에 영결식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 참가자들은 “인간은 소모품이 아니다” 하고 외치며 “악성 뇌종양 같은 자본” 삼성을 강력히 규탄했다.

고 황유미 씨의 유가족 황상기 씨는 “이건희는 노동자 죽이는 취미를 가진 돈벌레 같다”며 “정부가 나서 관계자를 구속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5조 8천5백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이윤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산재는 기업의 노동자 살인”이라며 “노동3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 산업의 유해성 문제로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지만 삼성SDI, 삼성에스원, 삼성캐피탈, 호텔신라, 삼성플라자, 삼성생명, 신세계이마트 등에서 노조 결성 시도는 계속됐다. 2011년 에버랜드 노동자들 일부가 주축이 돼 삼성노동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에서 민주노조가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삼성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멈출 수 있도록 삼성에 맞선 투쟁과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