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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층에서 떨어져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며:
“건설 현장은 아직도 19세기입니다”

저는 수원 정자동에 있는 SK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5월 16일 아침에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37층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제 다리가 쓰러져 내렸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건설 현장은 아직까지도 19세기의 무식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의 건설 현장에서 안전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습니다. 37층이 아니라 100층 높이에서도 사람이 도저히 떨어져 죽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는 37층밖에 안되는 높이에서 사람이 아주 쉽게 종이장처럼 떨어져 죽어버립니다.

이 회사는 당장 4월에도 노동자가 죽어 나갔습니다. 노동자가 죽어 나갔을 때 그 현실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 사고 현장을 진상조사하려는 뜻있는 노동자들이 SK건설사가 고용한 안전관리팀에 의해서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자가 죽어나간 현장에 진입해서 사고 처리를 위해 끝까지 싸웠습니다. 5월 16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비참하게 죽은 그 노동자가 누구일까요. 그는 분명히 누군가에겐 존경받는 아빠였고, 누군가에게는 사랑받는 남편이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의리가 철철 넘치는 친구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 힘 없이 죽어 갔습니다.

언제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건설노동자들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참으로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건설노동자 죽음 덮어 버리기에 급급한 건설사들

이 나라 굴지의 건설사들은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것을 덮어버리기에 급급합니다. 언론이 취재를 하러 와도 노동자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문을 가로막고 기자들을 들여 보내 주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만이 그 숨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누구도 감출 수 없는 사실들조차 낱낱이 감추려 드는 SK건설, 현대 건설. 이들의 이름을 보면서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사회에서 빨리 없어져야 할 그런 업체가 몇몇 됩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노출돼 죽어나간 것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금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켜내고 우리 삶을 건져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희망입니다. 전국에서 불의에 항의하고, 싸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더 크게 힘을 모아서 잘못된 현실을 뜯어 고치고 진정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자가 노동자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