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경제 전망

호황인가 새로운 거품인가

 

2003년 한국경제는 죽을 쑤었지만 세계경제 전체는 연초의 비관적 예측을 깨고 상당한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3년 세계경제의 실질 GDP 성장률은 3.2퍼센트로서, 2002년 3퍼센트에서 조금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IMF·OECD 등 주요 경제기구들은 이와 같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2004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는 올해 미국과 주요 세계경제권이 호황으로 가는 문턱에 있으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1984년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세계경제의 회복은 미국경제의 회복과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견인했다. 올해도 이 두 나라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된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은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올해 세계경제 성장의 지속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경제가 작년에 상당한 회복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의 회복과 성장은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 기초한 것으로서 한 마디로 말하면 빚잔치이다. 빚잔치는 마냥 계속될 수 없으며 언젠가는 셈을 해야 한다.

작년 미국경제의 회복은 무엇보다 3월 20일 이라크 침략 전쟁에 따른 막대한 군비지출과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즉 ‘군사적 케인즈주의’의 작동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03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4770억 달러로 GDP의 4.3퍼센트를 넘어서, 1986년 4.8퍼센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천문학적 재정적자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1958년 이후 최저 수준인 1퍼센트로서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이며 통화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1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초저금리가 이른바 자산효과, 즉 자산가격(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라 소비자 부채 증가를 통한 소비 증가를 부추겨 성장에 기여했다.

최근 미국경제의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앨런 그린스펀이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1퍼센트로 계속 묶어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경제 성장 기반의 취약성과 거품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초저금리

 

그러나 이와 같은 초저금리에 기초한 ‘주식시장 케인즈주의’ 역시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이는 이미 1퍼센트라는 초저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데서도 분명하다.

2001년 불황 이후 미국경제 회복과 성장의 두 축이었던 ‘군사적 케인즈주의’와 ‘주식시장 케인즈주의’에 기초한 정부지출과 민간 소비 증가는 다시 외국으로부터의 천문학적 액수의 수입 증가와 그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2003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5퍼센트 수준인 5천억 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야기되던 1980년대 중반 레이건 정부 시절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3퍼센트 수준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천문학적 수준의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주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의 미국 재무부 채권 매입으로  메워지고 있다. 즉, 최근 미국경제의 성장은 외국 자본의 유입에 결정적으로 기초한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과 중국이 미국 재무부 채권 매입이라는 형태로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 주고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지탱해 줌으로써 자국 상품의 대미 수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거품 성장을 가능하게 한 초저금리와 천문학적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위협함으로써, 미국경제 성장의 지속에 필수적인 외국 자본 유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2001년 4월 87센트에서 2003년 2월 1달러 27센트로 폭락했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시작되면서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채권과 주식을 사기 위한 자본 유입은 2003년 8월 500억 달러에서 2003년 9월 40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래서 달러가치는 1998년 투기성 단기자금 회사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 감소가 계속될 경우,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폭락, 즉 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효과를 작동시켜 소비자 신용과 소비의 붕괴, 즉 그 동안의 거품 성장을 종식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미국경제의 거품 붕괴는 미국을 주된 수출시장으로 삼아 성장해 온 세계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다.

물론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하더라도 최근의 미국경제에 버금가는 세계경제 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계속된다면 세계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 미국으로의 세계 수출은 겨우 2퍼센트밖에 증가하지 못했음에 비해 중국으로의 세계 수출은 40퍼센트나 증가했다. 최근 많은 나라들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미국으로의 수출보다 더 큰 성장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중국 시장의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중국경제 고도성장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모순(일당 독재와 민중운동 탄압, 빈부 격차의 확대, 지역 간 불평등 심화, 인건비 상승, 환경 파괴 등)과 국제적 불균형(예컨대 최근 중국발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 및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재연 위협)이 폭발적으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경제 모순과 불균형의 중심인 미국경제 불균형은 결국 폭력적으로 일시 균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붕괴

 

하나는 달러 가치의 폭락을 통한 미국 수출의 증가와 수입의 감소이다. 그러나 이는 경쟁 통화인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일본의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불황이 유럽연합과 일본으로의 전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처럼 제국주의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과 일본이 이를 용인할 리 없다.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최근의 거품이 붕괴하고 불황이 도래하면서 수입이 감소하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가 균형 상태로 조정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성장은 모순과 불균형을 누적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공황에 의해 일시적·폭력적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2004년 세계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설혹 작년에 이어 세계경제의 성장이 계속된다 할지라도 이는 거품과 모순과 불균형을 더 키우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언젠가는 더 큰 일시적·폭력적 조정 과정을 겪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