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식품,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자 연대〉 구독
어렸을 때 공상과학 책에서 줄기에는 토마토가,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는 식물 이야기를 읽으면서 맛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최초의 유전자 조작 식품
우리 나라 식탁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1999년 11월 3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국내 시판 두부의 82퍼센트가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산 콩을 쓴다는 풀무원의 두부에서도 GMO가 검출됐다고 발표된 바 있다.
원리상으로는 식품의 유전자 조작이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류 삶의 증진을 목표로 주의 깊은 과학적 연구가 공개적인 토론과 결합된다면 '농작물 품질 개선', '농약 사용량의 감소' 등과 같은 혜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를 어기고 인간 마음대로 유전자를 바꾼다는 일각의 보수적 주장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인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농업 발전을 위해 많은 개량 품종 등을 개발해 왔다. 앞선 주장은 농업 사회로 다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문제는 개발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충분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드는 특정한 사회 구조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를 보여 주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2000년에 미국의 여론조사 회사인 앵거스 라이드 그룹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2)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핵심 이유는 '식품의 안전성'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험적인 작물', '바이러스나 돌연변이 위험성' 등을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
실제로 일부 GMO 식품의 유해성이 몇몇 실험에서 밝혀진 바 있다. 1998년 8월 영국 로웨트 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는 유전자 변형 감자를 먹은 쥐가 일반 쥐보다 면역체계와 질병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3)
1995년 5월 영국의료연합
'쇼와덴고의 트립토판 사건'은 유명한 유전자 조작 사고다. 유전자 조작된 세균인 트립토판은 수면 및 정신안정을 위한 건강식품으로 개발돼 대량 생산됐다. 그런데 이 트립토판을 복용한 사람 가운데 근육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나오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각 국가들과 다국적 기업은 과학적 조사도 하지 않은 채 GMO 식품은 전혀 위해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가 GMO 식품에 대한 안전성 수칙을 엄격히 요구하자 한술 더 떠 다국적 기업들은 WTO 무역 협정에 어긋난다면서 되레 고소를 해 놓은 상태이다.
우리 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미국 FDA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생명공학 다국적 기업들과 유착돼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작년 6월에는 아무런 자체 평가 없이 몬산토 사의 유전자 조작 콩이 안전하다고 발표해 버렸다. 우리 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우리 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기관인가 아니면 미국 기업, 다국적 기업을 위한 기관인가.
다국적 기업과 이윤, 그리고 유전자 조작 식품
다국적 기업들은 GMO가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것이며 따라서 GMO가 농약으로 오염된 일반 농산물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충저항성 GMO는 처음에는 농약 절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몇 년이 지나면 내성이 증대해서 그 효과가 사라진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몬산토의 라운드업 콩은 기존 작물보다 농약을 2.5배나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몬산토 기업은 종자와 농약을 한꺼번에 많이 팔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와 라운드업레디라는 GMO 콩 종자를 한 세트로 팔려는 것이다. 이는 GMO 콩이 자기 회사의 제초제에만 저항성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종자가 다음 해에 싹이 트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하는 '터미네이터 기술', 그리고 자사의 농약을 뒤집어 써야만 싹이 트도록 유전자 조작하는 '트레이터 기술'을 개발하여 종자 시장과 농약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1998년 8월 인도에서는 몬산토에 반대하는 농민조직연합이 "몬산토는 인도에서 떠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백만 농민들이 종자 보존 시위를 하기도 했다.
스스로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몬산토는 고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와 고독성 농약인 PCB의 주 생산자이다.
해충 및 제초제 저항성 GMO가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해충과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는 쉽게 생태계 속으로 옮아간다. 그 결과 해충과 잡초들이 저항성 유전자를 가지게 돼서 슈퍼잡초와 슈퍼해충이 탄생하기까지 한다. 또한 변종
농약을 스스로 만들어 내서 해충을 죽일 목적으로 유전자 조작된 Bt 옥수수가 익충
유전자 조작 식품이 진정으로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윤 추구 논리 때문에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대량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또한 GMO에 비해 비GMO가 프리미엄이 붙어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비GMO를 구매할 수 있는 부자들과 싸구려 GMO 식품을 구매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깊어진다. 몬산토는 방글라데시에 제공하는 원조용 식량을 모두 GMO로 공급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GMO의 모르모트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유전자 조작해 이윤 획득에만 열을 올리는 다국적 기업에게 유전자 조작 식품의 인체 유해성 여부와 생태계 안전성 여부를 공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2001년 3월부터 유전자 조작 농산물, 2001년 7월부터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의무 표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것이 실행되면 기업주는 GMO가 3퍼센트 이상 섞여 있는 식품의 겉면에 반드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GMO 식품의 안전성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조사하도록 정부와 다국적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안정상의 문제가 생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사용 금지를 요구해야 한다.
유명한 다국적 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지역에 이어 작년 2월 홍콩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 포기 선언'
획기적 생명 공학 기술이 인류에게 진정한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회 체제에서 만들어지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면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좀더 다양해진 식품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