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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영리병원 저지 투쟁이 나아갈 길

지난 6월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무상의료국민연대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 공동 주최한 영리병원 반대 집회가 2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영리병원 설립 저지 투쟁에 민주노총이 앞장서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리병원이 단지 일부 지역이나 부문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송도 영리병원 설립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 의료기관들의 이윤 추구를 그나마 일부 통제하던 법적·행정적 규제들을 완화시킬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병원’ 설립은 이런 버팀목들을 약화시키거나 제거함으로써 국내외 대형 자본들이 국내 ‘의료 서비스 시장’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역대 정부들은 하나같이 이런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방향으로 경제자유구역법을 뜯어고쳐 왔다. 국내 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게 하고, 국내 병원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헌법 소원이나 한미FTA 조항들을 이용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도록 다른 규제들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정부와 삼성 등 국내외 자본의 계획일 것이다.

그러면 병원비는 물론이고 건강보험료와 각종 민간보험료도 대폭 오를 것이다. 이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다.

따라서 민주노총뿐 아니라 이번 집회를 개최한 무상의료국민연대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처럼 진보진영의 많은 단체들도 광범하게 단결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노동조합이 가진 힘의 원천 — 조직된 노동자들의 행동 — 을 사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이전의 패배 경험에서 비롯한 사기 저하나 조직 분열, 조직률 하락, 경제 위기 등이 이런 생각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더 근본에서는 아래로부터 투쟁보다 사측이나 정부와의 협상을 더 중시하는 태도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공공노조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영리병원 반대 투쟁의 계획이 기자회견과 1인시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독자적인 투쟁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민주당에 의존하는 경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인천시장 송영길은 애초에 영리병원을 추진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전혀 믿을 수 없다.

따라서 영리병원 저지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좌파와 급진적 보건의료단체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을 바꾸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려면 단지 미온적인 지도부를 비판하거나 선전만 하면서 상층의 공동전선 활동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층의 노동자들 속에서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운동 내 일부 지도자들에 대한 공개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쉽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보건의료 노동자 운동에서 이런 접근과 관점이 많이 부족했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가 영리병원 저지 투쟁에 나선 지금 진지한 투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찾아내 이 방향으로 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