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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

이주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

이정원

2 월 초에 정부는 이주 노동자 자진 출국 시한을 2월 말까지 연장하고 이 때까지는 단속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 22일 법무부는 “자진 출국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모두 검거해 강제 출국시키겠다” 하고 엄포를 놓았다.

이제는 강금실의 인권변호사 경력 따위를 거론하는 것조차 역겨운 일이 돼 버렸다.

법무부는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 집회를 열어 자진 출국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어 국가 공권력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또, 출국 시한 연장 기간에 “자진 출국한 외국인은 1일 평균 42명으로 이전(1일 평균 90명)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대대적인 단속만이 ‘불법 체류자’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농성단 전원 검거 방침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2월 15일 명동성당 이주 노동자 농성단 대표인 사마르 타파가 출입국 관리소 단속반들에게 강제 납치돼 바로 여수 보호소로 보내졌다. 이틀 뒤에 이주 노동자가 또 연행되는 등 지금까지 4명의 농성자들이 연행됐다.

이들은 2월 17일부터 여수출입국관리소와 화성보호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함께 감금된 다른 이주 노동자들도 합세해 단식 농성자는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명동성당에서도 이주 노동자 4명이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다.

명동성당 단식 농성자인 방글라데시 출신 마숨은 핼쓱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범죄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왜 범죄자처럼 연행돼야 해요? 왜 가스총에 맞아야 해요? 우리는 도둑놈처럼 숨어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강금실이 농성자 전원 검거 방침을 발표한 그 날은 농성 1백 일을 맞아 집회가 열린 날이었다. 정부의 검거 위협에도 명동성당과 안산의 농성단을 비롯해 서울, 김포, 마석, 일산, 의정부, 인천, 부천, 수지, 수원, 안산, 안양, 평택, 남양주 등에서 6백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모였고, 한국인까지 합쳐 1천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네팔에서 온 지 2년 된 이주 노동자는 “강제 단속 시작되고 일 많이 시켜요. 일요일에 잔업해도 돈 안 줘요. 난 비자가 있어 공장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데도 정부가 우리를 억압하니까 언제나 불안해요.” 하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오마르 숍은 “방글라데시에는 한국 공장이 있는데 한국 사장들은 비자 없이 일해요.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되나요?”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이주 노동자는 “한국 정부는 사마르 타파를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사마르 타파입니다. 수많은 사마르 타파가 여기에 있습니다.”며 계속 싸우자고 호소했다.

성공회성당 농성을 이끌었던 외노협 등의 단체들과 재외동포법 개정 추진위 측이 2월 초 정부안을 수용함으로써 명동성당 이주 노동자들이 고립될 처지에 놓였다. 탄압이 강화되는 지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재외동포법이 개정됐지만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법’ 신세이니만큼 함께 싸워야 한다.

그런데 재외동포법 개정 추진위 측이 지난 2월 22일 따로 집회를 여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과 따로 움직이는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열쇠다. 이주 노동자들은 집회 한 번 참가하는데도 탄압의 위험이 큰 처지다. 지난 2월 17일 출입국 관리소 앞 집회 때 수십 명의 단속반이 갑자기 이주 노동자들을 공격해 한 명을 연행해 갔다.

민주노총이 이주 노동자 방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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