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동아시아에서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 줬다. 회담 직후에 나온 공동성명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미일 삼각 동맹을 더욱 가시화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일 군사협정 추진을 더욱 재촉했다.  

이밖에도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인도의 동방 정책을 지지하는 등 곳곳에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미동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같은 범세계적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지역 MD 체제에 한국도 참가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미 2009년에 주일 미군 사령관 에드워드 라이스는 “[한미일]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해에 일본 이지스함 배치가 추진되고 한국과 일본이 군사협정을 맺어 정보를 공유하려는 것도 미국의 아시아 지역 MD 구상과 무관할 리 없다.

게다가 6월 21~22일 한미일 해군은 제주 남방 해역에서 대규모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3국이 모두 참가해 한반도 인근에서, 게다가 미 항공모함까지 포함해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외에도,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전력과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 

주한 미군은 북한의 서해 기습 가능성 등을 핑계로 아파치 헬기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기로 한 미 2사단 일부 병력이 서부 전선에 잔류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미 양국 정부는 한국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3백 킬로미터에서 5백 킬로미터 이상으로 늘리는 문제도 협의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중시’를 내세우면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며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일부 조정하는 큰 그림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지배자들이 직면한 큰 골칫거리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패배와 2008년 경제 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증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정학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적·외교적 역량을 더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심축 이동?

그렇다고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서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중동의 석유는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즉 미국은 경제적 힘은 약해지는데 중동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도 견제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경제 위기로 국방비를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주변 국가들을 이간질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동맹들을 더 긴밀히 묶어 두고자 한다.

그래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과 미·일·호주 동맹 등을 강화하고, 이 국가들과 중국 견제에 필요한 군사비 부담 등을 나누는 것이 미국 지배자들에게 중요한 전술일 테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군 철수로 인한 공백을 중국이 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인도를 중앙아시아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 호주, 일본은 다방면에서 군사 협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 삼각 동맹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매우 복잡한 대중국 군사 협력 관계의 일부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독도 문제 등으로 진척이 되지 못하던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14조 원 규모로 무기 수입을 추진하는 등 미국과 함께 동아시아 불안정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편승해 일본 지배자들도 평화헌법 개정과 핵무장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중국 위협론을 핑계로 6월 20일 원자력 기본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해 핵무장의 길을 터놓았다. 

이처럼 한미일 삼각 동맹이 자신을 조여 오는데 중국 지배자들도 가만있을 리 없다. 지역 MD 등에 맞서 중국 정부도 미사일과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맞설 게 분명하다. 

최근에 끝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옵서버로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중국 정부는 미국의 포위망에 여러 방면에서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아시아 지역에 긴장을 쌓게 하고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주변 국가들의 해상 충돌은 더욱 잦아지고 있고, 미국의 대북 압박도 한반도 서해 등지에서 국지적 충돌과 긴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략가인 브레진스키는 수년 전에 “어떤 측면에서 오늘날의 아시아는 불길하게도 1914년 이전의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충격을 받아 파괴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가 지적한 이 지역의 위험과 불안정은 오늘날 더 심각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중요한 전술인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를 저지하는 일이 한국의 좌파들에게 중요한 과제인 까닭이다. 따라서 지금 통합진보당 지도부 등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입장을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오히려 MD 계획 백지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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