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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반대 투쟁:
미친 학교, 미친 교과부에 맞서 끈질기게 싸울 것입니다

6월 26일 교과부가 주관하는 전국일제고사가 시행됐다. 교과부는 ‘일제고사에 협조하지 않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교조 교사들이 교과부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일제고사 항의 행동에 나섰다. 전국에서 교사 2천2백18명이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를 벌였고, 수백 명의 교사가 일제고사 반대 민원 접수를 위해 조퇴 등의 투쟁을 벌였다.
이날 박태현 교사도 자신의 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교과부 앞 집회에 참가했다. 그러자 이를 빌미 삼아 학교 당국은 그동안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에 맞서 싸워 온 박태현 교사를 징계하려 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파렴치한 시도를 알게 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선생님을 지키자’는 글을 올리고 방어에 나섰고, 하루 만에 ‘좋아요’ 추천이 5백 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지지가 이어졌다. 결국 학교 당국은 박태현 교사에 대한 징계 시도를 백지화했다.
아래는 박태현 교사가 6월 26일 전교조가 주최한 일제고사 반대 집회에 참가해 연설한 내용이다.

아이들의 미래와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자랑스런 전교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경기도 시흥에서 지금 막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현장 발언을 신청했습니다. 동지 여러분께 제가 있는 학교의 만행을 너무 알리고 싶었습니다.

일제고사가 시행된 6월 26일 교과부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폐지·농산어촌학교 살리기 결의대회’ 에서 박태현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현옥

저는 오늘 아침에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거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저는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1명밖에 없는 1인 분회이기 때문에 아침에 ‘노동자연대 다함께’ 회원들이 연대를 와 주었습니다.

그런데, 연대 단체 회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학교의 한 부장 교사가 제 팻말을 부수려 하고 강제로 물리력을 사용해 1인 시위를 방해했습니다. 그러나 등교하는 학생들은 제게 ‘화이팅’을 외쳐 주었고, 1인 시위를 방해한 그 부장 교사는 하루 종일 학생들로부터 은근한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동자연대 다함께’ 회원들이 도착해 함께 1인 시위를 시작했고, 무사히 일제고사 항의 행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학교 당국은 일부 학부모들을 동원해 저를 징계하려고 민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뿐 아니라, 그동안 제가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에 맞서 싸운 것에 대한 치졸한 보복 시도입니다.

올해 초 학교 당국은 교사들의 봄방학을 없애려 했습니다. 또, 상담실을 축소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출제 사유로는 초과 근무를 달지 못하게 하고, 당연히 학교 당국이 부담해야 할 성적표 우송료를 학생들에게 징수하려 했습니다. 최근까지 이 뜨거운 불볕 더위에도 하루 종일 에어컨도 틀어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맞서 싸웠고,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습니다.

감동적인

학생들은 제가 징계 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도나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온라인에 글을 쓰고 퍼 나르기 시작했는데, 반나절 만에 ‘좋아요’가 2백건이 넘었습니다. 이곳 교과부 앞으로 오는 동안에도 카톡과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감 선생님이 제 자리를 뒤져 일제고사 반대 민원 접수에 서명한 교사들을 확인하고 그 교사들을 교감실에 불러 채근하는 등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지만, 학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교사들이 일제고사 반대 서명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이야말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 주는 가장 감동적인 웅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방금 한 학생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방어하면서 온라인에 올리고 퍼 나른 글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학생들을 선동한 것이라면서, 학교 당국이 학생을 징계하고 그것도 최고 수준의 징계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제 자신의 징계 시도에 맞서 단호하게 싸울 것입니다. 미친 학교, 미친 교과부가 어떤 징계 시도를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끈질기게 싸울 것입니다.

전교조 조합원 동지들!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그날까지 다함께 힘차게 투쟁합시다. “경쟁은 교육이 아니다! 일제고사 폐지하라!”

“선생님, 멋있어요” 일제고사 날인 26일 등교시간 1인 시위를 진행한 박태현 교사(경기 군서고)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응원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박 교사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박 교사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레프트21〉
학교측 관계자들이 박 교사의 1인 시위를 방해하고 있다. 〈레프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