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에 위주머니보란개구리라는 조금 긴 이름의 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이 개구리는 뱃속에서 알들을 키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척추 동물이다. 보통 위 속에서는 위액 때문에 어떤 생물도 살아남을 수 없는데 이 개구리는 알이 자라는 6주 동안 소화 작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개구리의 발견은 위궤양 치료와 연구에 획기적인 소식이었다.

그러나, 1981년 이 개구리들은 지구상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놀라운 사실은 이 개구리만이 아니라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서류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룡보다 오래, 3억 5천만 년이나 살아온 양서류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생물의 멸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지진이나 홍수 피해는 왜 점점 심각해질까? 물부족 현상은 왜 일어날까?

월드워치 연구소가 해마다 발행하는 《지구환경보고서》는 이것이 전 지구적인 환경 파괴의 증거들임을 다양한 근거와 통계를 들어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월드워치는 1974년 설립돼 1984년부터 《지구환경보고서》를 매년 발행하고 있는 권위 있는 연구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지하수가 오염되는 일들이 우리 삶에 대단히 현실적인 위협임을 느낄 수 있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주장할 때 누군가 허풍 섞인 과장이라고 일축한다면 이 책은 효과적인 반박 무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환경 문제를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빈곤·기아·부채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지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전 지구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말미암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대규모 환경 재앙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

인도 지진과 양쯔강 홍수, 온두라스와 과테말라를 휩쓴 태풍 미치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은 것은 단순한 천재지변 탓이 아니다. 그들 대다수는 도시 주변의 구릉지나 해안가, 쓰레기 매립지로 밀려난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규모 재해의 이면을 살짝 들춰 보면 정부의 부패와 가난, 대규모 환경 파괴가 서로 뒤얽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플래빈은 환경 문제와 빈곤의 관계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러운 공기와 물, 격감된 천연 자원의 부담은 항상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떨어진다. 다른 문제들을 다루지 않고 하나의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실행 가능하지 않다. 사실 빈곤과 환경 파괴는 오늘날의 경제 체제에 깊이 내포돼 있다. 어떤 주변적인 문제도 따로 고려될 수는 없다."

기후 변화의 심각한 징후들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 중의 하나가 산호초이다. 산호의 폴립은 약간의 온도 변화에도 질병에 걸려 죽어버린다. 그런데 이 산호들이 대규모로 파괴되고 있다. 태평양 산호초의 4분의 1이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다. 지구 온실 효과로 북극의 얼음이 녹았는데, 사실 이 북극의 얼음이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멕시코 만류의 '엔진' 노릇을 했던 것이다. 멕시코 만류의 흐름이 조금만 변화해도 대양과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1950년 이래 극지방 얼음의 평균 두께가 40센티미터가 줄어들었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은 2050년이 되면 여름에 북극에서 얼음이 얼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양서류가 1980년대 말부터 대규모로 사라지기 시작한 원인도 단순한 서식지 파괴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몬테베르데 같은 생물보존지역에서도 양서류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 몬테베르데 지역의 운무림1)에서 습기를 함유한 구름이 감소하자 황금개구리를 비롯해 20여 종의 양서류들이 사라졌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으로써 짙은 뭉게구름을 더 높은 곳으로 밀어내는 경향이 생겼고 숲은 더욱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기상관측소와 하들리기후예측·조사센터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2080년까지 기온은 섭씨 3도, 해수면은 40센티미터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열대림과 초지가 사라지고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인도의 30억 인구가 물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매년 1천 3백만 명에서 9천 4백만 명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홍수 피해를 입게 된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 효과는 주로 이산화탄소에 의해 일어난다. 1992년 교토의정서 체결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간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42만 년 동안 전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1850년 이래로 온난화에 영향을 끼친 것의 50퍼센트가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산업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해수면 상승, 해안 침수, 잦은 기상 악화, 농업과 물 관리 체계 압박, 이주 형태의 변화, 생물 종의 감소, 전염병의 확산 등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다.

지하수 오염

지구온난화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환경 문제인데 비해 지하수 오염은 문제 자체가 지하에 묻혀 있었다. 이 책은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이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 표면을 흐르는 담수는 지구 전체 담수의 약 3퍼센트에 불과하고 97퍼센트의 담수가 지하에 있다. 지하수는 대수층이라고 하는 곳에 고여 있는데, 그 특성상 한 번 물이 순환하는데 1천 4백년 정도가 걸리고 강물과 달리 한 번 오염되면 대개 되돌릴 수 없다.

1950년대에 지하수를 관개용수와 산업용수로 사용하면서 지하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더불어 오염도 증가했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사용해 바닷물이 역유입해 염분으로 오염되는가 하면 농약과 주유소의 석유,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유기화학물에 의해 '거대한 하수'로 변하고 있다.

거대석유회사인 쉘이 운영하는 영국의 1천 1백 개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이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탱크가 부식되어도 비용 때문에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의 지하수 오염 또한 매우 유명하다.  

지하수는 한 곳만 오염돼도 아주 광범위한 지역까지 영향을 받는다. 미국 웰던 스프링 지역에 2차세계대전 당시 다이너마이트 공장이 세워졌는데 공정상 휘발유의 성분인 톨루엔과 질산이 대량 사용돼 이 오수가 땅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 1945년에 군대가 철수하고 35년이 지난 1980년에 이 지역의 토양과 채소만 오염됐으리라 생각하고 정화하려고 했지만 35년간 석회암 틈을 따라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오염돼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저자인 파얄 삼팟은 이 사건은 지하수 오염이 발생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혹은 처리한 뒤에 다시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우리가 알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각종 농약들이 지하에 들어가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혼합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분해가 잘 되지 않아 독성 물질로 변한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농약 가운데 단지 33종에 대해서만 음용수 기준을 작성했을 뿐, 지하수로 흘러들어 간 수많은 변종 화합물은 물론 사용중인 수백 종의 농약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식수 규제가 비교적 엄격하다는 미국의 경우가 이럴진대 생수 시장이 늘어나는 우리 나라의 경우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다.

빈곤과 재해 그리고 부채의 연결고리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2억 명이 하루에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고 있다. 11억 명이 영양 부족 상태이다. 인도 인구의 84퍼센트가 화장실이 없는 집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에서는 교사들이 에이즈로 사망해 교육이 붕괴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 태풍 카이탁이 몰아쳐 2백명 이상이 죽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단순히 태풍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쓰레기 하치장의 쓰레기를 뒤지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이틀간의 폭우가 집과 전선을 덮치면서 화재가 났고 쓰레기 하치장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 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

태풍 미치가 몰아닥쳐 온두라스는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 수도 테구시갈파에는 주택이 부족해 오두막을 치고 살던 지방 시장 행상인들의 마을이 통째로 강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국적 기업의 바나나, 커피 농장에서 쫓겨난 영세농들이 구릉지로 내몰리면서 산사태의 피해자가 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거의 56만 1천 명이 자연 재해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단 4퍼센트만이 서방 선진국에 살고 있다.

환경 파괴의 피해자는 인류 전체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끔찍한 피해자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미나마타 수은 중독을 일으킨 치소 공장은 아직도 그 곳에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3세계에서 환경 재앙의 희생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급격한 도시화와 부채 문제라고 주장한다. 다국적 기업과 벌채꾼들에게 쫓겨난 농민들이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리고 보건과 환경에 투자돼야 할 돈들이 외채를 갚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잠비아는 1997년 국가 예산의 40퍼센트를 외채 상환에 쏟아부은 반면, 보건위생에는 7퍼센트만을 썼다. 모잠비크는 국민 1인당 7달러의 외채를 갚은 반면, 보건에는 1인당 3달러를 지출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매년 5세 이하 16만 명이 기초 의약과 보건서비스 부족으로 죽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부채를 갚기 위해 채광과 벌채를 장려했고 이것은 환경을 더욱 파괴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베네수엘라 환경부 직원의 절반이 쫓겨났다.

환경 파괴의 주범들

온실 효과를 낳는 대기가스의 배출은 여전히 산업 선진국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석탄 소비량의 절반을 미국과 중국이 소비하고 있고, 미국 한 나라가 전세계 수송 부문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을 사용한다. 세계 석유 사용량의 4분의 1 이상을 미국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탄소 가스를 줄이자고 목청 높여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얽힌 문제에는 뻔뻔하기 그지없다. 유해 폐기물들을 제3세계로 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통제에 관한 바젤 협약'이 1989년 체결돼 대부분의 산업국들이 가입했지만 미국만 유일하게 아직까지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 환경 협약의 수는 오늘날에는 거의 240개에 달한다. 그러나 협약 자체로는 환경 파괴를 멈추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하듯 대부분의 정부는 국제 협약을 '이빨 없는 호랑이'로 보고 있다. 산업 선진국들은 환경 협약을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에 무역 제재를 위한 양날의 칼로 이용하기도 한다. 교토 협약 이후 탄소를 줄이는 시설을 가진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권을 개발도상국에 팔아먹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의 독재자들과 자본가들 역시 환경 범죄에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1999년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화재로 발생한 연무 사건은 수하르토와 그의 친인척 플랜테이션 업자들이 고의로 일으킨 재앙이었다.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켜 수많은 사람들을 환경 재앙에 빠뜨려 목숨을 잃게 하는 진정한 범죄자들은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해결책 또한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온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가들을 놔두고 무스나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책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 빈곤과 부채 위기를 일으키는 자들과 동일함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기아의 원인이라는 멜서스적인 주장이나 그린비즈니스에 대한 희망 섞인 주장은 이 책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아와 빈곤, 환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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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대 산악 지방에 흔히 분포하는 습기가 많은 삼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