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이쯤은 돼야 귀족

 

경총은 3월 8일 ‘2004년도 단체협약 체결 지침’을 배포하면서 산하기업들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동등한 대우 보장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대기업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비난하며 비정규직의 고통을 핑계로 전체 임금 수준을 낮추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 진정한 ‘귀족’들은 따로 있다.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삼성그룹 부회장 이학수는 수십억 원이 넘는 연봉 이외에도 이번 3월부터 행사가 가능한 스톡옵션으로 6백17억 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얻었다.

분신한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 씨가 근무했던 현대중공업의 대주주 정몽준의 재산은 현대중공업의 주가상승으로 1년 동안 9백3억 원이 늘어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노동귀족’이라고 비난받는 동안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일가 재산은 1조 2천억 원으로 지난 1년 사이 갑절 넘게 불었다.

입만 열면 ‘노동귀족’을 들먹인 노무현 정부 자체가 귀족들의 모임이다. 지난 2월 27일 발표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재산이 1억 원 이상 늘어난 고위공직자만 93명에 이른다. 노무현의 재산은 취임 당시에 비해 4억 4천8백90만 원이 늘었고, 법무장관 강금실도 2억 5천8백44만 원이 늘어 장관들 중 재산 증가액이 2위였다.

국회의원 중 1억 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의원도 42명이나 됐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혹독하다는 경제난 속에 고통을 겪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한숨쉬며 적은 월급을 쪼개 빠듯한 생활을 하는 동안, 이 사회의 귀족들은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모으거나 온갖 사회적 특권 덕분에 월급 한푼 쓰지 않고 재산을 불려 왔다.

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