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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당원이며, 주요 반자본주의 시위와 유럽사회포럼 등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활동가다.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는 7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리는 “맑시즘 2012”에서 그리스와 유럽의 위기와 저항, 대안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그리스 정부와 언론들은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할 때 벌어질 사태를 언급하며 사람들을 겁주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트로이카’(IMF,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의 도움 없이 그리스는 부채를 갚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그리스 국가는 돈이 떨어질 것이고 임금과 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이다. 수입도 중단될 것이므로 상점의 진열대도 텅 빌 것이고 사람들은 굶어야 할 것이다. 주유소에서는 연료가 떨어질 것이고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다.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리스는 옛 통화인 드라크마가 다시 사용될 것이며, 드라크마의 가치는 즉각 폭락할 것이다. 사람들은 저축한 돈을 잃을 것이고 임금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소티리스 콘토지아니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당원 ⓒ사진 출처 Jos van Zetten

이런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들은 흔히 많은 숫자와 표 들로 구성된 “과학적 연구”나 “특별 조사”로 뒷받침된다.

이런 연구들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미래 물가상승률이 20.1퍼센트나 20.3퍼센트가 아니라 정확히 20.2퍼센트라는 식이다.

게다가, 이런 연구들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불과 3년 전에 코앞에 들이닥친 위기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자들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현재 그리스 실업률은 20.9퍼센트에 달한다. 그리스의 경제는 2011년 마지막 3개월 동안 예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7퍼센트 성장했다. 이것은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스를 추위와 어둠으로 몰아넣은 것은 오히려 ‘구제’ 계획이었다.

그리스 정부와 언론들의 주장이 문제인 것은 단지 그들의 예측이 어설퍼서가 아니다. 그들의 주장은 뻔뻔한 거짓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들은 트로이카의 도움 없이 그리스 국가가 임금과 연금을 지불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지금까지 그리스는 트로이카로부터 7백30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 중에서 단 한 푼도 연금이나 임금 지불에 사용되지 않았다.

반면 2011년 그리스가 이자와 원금상환 명목으로 그리스, 유럽과 국제 은행들에게 지불한 돈은 6백30억 유로를 넘는다.

그리스가 채권자를 향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국제 금융 시장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고 나라 전체가 빈곤과 굶주림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물론, 그리스 경제는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 다시 말해, 그리스의 관광 산업과 수출로는 수입을 지불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입들 중 일부는 노동계급과 빈민 들의 소비와 연관이 없다. 예컨대, 2011년 그리스 경제는 40억 유로를 선박 수입에 사용했다. 그러나 수입된 선박들 중 대다수는 유조선이다. 유조선들은 선박 소유주들의 배를 불려 주는 투자이겠지만 국고를 채우는 데는 단 한 푼도 기여하지 않는다. 만약 선박 소유주들의 이익이 계속 우선시된다면 우리는 디폴트 여부와 상관없이 굶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정부와 언론들의 거짓말은 끝이 없다. 그들은 그리스가 식량 자급자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곡물과 설탕도 수입해야 할 처지라고 한탄을 한다. 이것도 황당한 주장이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골수 신자유주의자들이 이런 말을 했을 때는 더 그렇다. 이 자들은 그리스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비교우위’를 가진 일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그리스 위기의 원인은 그리스 자본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과거 성공 때문이다. 심각한 위기에도 2010년에 그리스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 중 하나였다.

이 성공의 기원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방은 냉전에서 승리했고 그리스의 북쪽 이웃 국가들(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은 패배한 동방 진영에 속해 있었다. 그리스 지배자들은 이 지역에서 엄청난 기회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1990년대에 그리스 지배자들은 발칸 국가들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 은행 지점들을 열었다.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한 선박 소유주 중 한 명인 야니스 라치스는 하루아침에 은행가가 됐다. 그의 은행인 유로뱅크는 이제 발칸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다. 그리스 지배계급은 대박이 터졌다. 특히 2002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한 후에 그리스 경제는 호황을 겪었다. 당시 그리스 성장률은 이탈리아나 독일의 두세 배에 달했다.

거품이 터지다

그러나 이 기적은 투기와 거품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현 그리스 부채 위기는 이 거품이 꺼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발칸 반도를 약탈하는 과정에서 서브프라임에 비견할 만한 악성 부채가 발생했다. 2008년 10월 코스타스 카라만리스의 우익 정부는 국제 위기로부터 은행 부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백80억 유로를 은행들에 지원했다.

은행 지원금은 현재 1천억 유로를 넘어섰다. 그리스 국가는 모든 그리스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될 것이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국가가 모든 은행을 통제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진 그리스 국가가 추가로 수백억 유로를 빌려 라치스 가문과 다른 은행가들에게 그냥 넘겨주는 것이다.

그리스 지배계급이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엄청난 재앙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배자들에게는 정말로 재앙일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은행가들이 앞으로 벌 돈을 못 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도박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힘이 빠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운동을 공격한 것은 운동을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노동계급 저항을 강하게 만들었다. 대중 시위와 집회 들은 투쟁의 일부일 뿐이다. 그 뒤에는 노동자 파업 물결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18회의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것은 그리스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큰 철강 기업 중 하나인 할리부그기아의 노동자들은 1백일 이상 파업을 벌였다. 그리스에서 가장 큰 신문 중 하나인 〈엘레프데로티피아〉는 무기한 파업 때문에 2011년 12월 이후 신문을 발간할 수 없었다. 사장들에게는 설상가상으로 그곳의 기자와 노동자 들은 ‘노동자’라는 이름의 파업 신문을 발간했다. 또 다른 사례는 TV 채널인 알테르의 파업이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3개월 이상을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사장들의 방해 공작을 극복하고 몇 주 동안이나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했다.

저항은 경제 위기를 정치 위기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리스에서 좌파들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역사를 만들 수는 없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조건이 아니라 주어지고 과거로부터 전달된 조건에서 역사를 만든다.”

지금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투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할리부르기아, 〈엘레프데로티피아〉, 알테르 TV와 거리에서 싸우는 다른 수많은 사람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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