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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김재철 퇴진설’을 진정한 승리로 굳히려면

‘8월 김재철 퇴진설’이 흘러나오면서, MBC 파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월 말 시작된 MBC 파업은 무려 6개월째 투쟁 대열과 지지를 확대하며 김재철과 정부·여당을 압박해 왔다.

김재철이 수십 명을 해고·징계하고 1백95억 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투쟁을 지속하는 MBC 노동자들의 투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6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재철 헌정콘서트 ─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빗속에서도 수천 명이 참가해 여전한 파업 지지 분위기를 보여 ⓒ사진 제공 MBC 노동조합

온갖 비리와 노조 탄압의 대명사가 된 김재철을 구속하라는 서명에는 한 달 만에 6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파업은 대규모 광고 손실로 이어졌고, 7월 말 런던 올림픽 방송도 커다란 차질을 빚게 생겼다.

무엇보다 MBC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은 우파와 새누리당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래서 8월 방문진 이사회 교체 때 김재철이 퇴진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남경필, 이상돈, 이재오 등은 “김재철이 용퇴 안 하면 8월에 해임할 것”이라고 했다.

우파의 분열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국회 원구성 협상 합의문에는 ‘김재철 퇴진’이 빠져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도 “[김재철 퇴진] 합의는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한마디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장담했던 국정조사·청문회조차 따내지 못했다.

이 속에서 김재철은 퇴진 가능성을 일축하며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재철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이제 복귀해서 현장 투쟁을 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섣불러 보인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뒤통수 칠 수 있으니, 김재철이 확실히 퇴진하는 것을 보고 복귀하자’는 노동자들의 말이 설득력 있다. MBC 조합원의 대부분이 이런 분위기라고 한다.

더구나 설사 여야 합의로 8월에 김재철이 쫓겨나더라도, 그가 추진해 온 온갖 악행들 — 기자 계약직화, 예능·드라마 전면 외주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 강화, 대규모 인사 개편, 지방 방송사 구조조정 등 — 을 되돌리고 “공정 방송”을 위한 민주적 개혁 조처들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자동적이지 않다.

MBC 사장이 선정되는 구조의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는 여전히 정부·여당의 인사들로 채워지고, 이들은 또다시 낙하산 사장을 앉힐 수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 단체의 요구처럼, 진보진영 인사들이 방문진 이사회에 대거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국장에 대한 임명 동의제, 보도국장 직선제 등 편집권 독립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 조처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김재철 퇴진’으로 표상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강제하고 ‘친박 낙하산’을 막기 위해서도 투쟁을 더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우파의 분열이 커지는 지금은 우리에게 기회다. 시민들의 ‘밥차 응원’, MBC 파업 지지 ‘무한도전 프로젝트’ 등에서 보듯, 여론의 압도적 지지와 연대 움직임도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반갑게도, 부산일보 노조가 방문진 이사회 교체 시기인 8월에 정수장학회 문제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가 실질적인 소유주인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주식 전량을 갖고 노조 탄압을 진두지휘해 왔다. 정수장학회는 MBC의 지분 30퍼센트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와 정수장학회를 폭로하며 더 압박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은 언론 파업과 무관한 것처럼 행동해 온 박근혜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8월에는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의 투쟁도 예정돼 있다. 지금 같은 때 MBC 노동자들이 좀더 투쟁을 지속·확대해 나간다면, 이미 실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성과를 실질화해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