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우파 정당들의 “의회 쿠데타”에 맞선 투쟁은 다음과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먼저, 다음 달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자는 “선거 심판론”이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조차 기자회견문에서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요컨대, 거리 시위 같은 대중 투쟁으로 “국가 혼란”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함으로써 이들 보수 우파 정당들을 심판하자는 것이다.

물론 보수 우파 정당들에 반대해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에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부르주아 지배자들의 정당인 열린우리당에 투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총선은 한 달도 더 남았다. 그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다가는 지금 한창 고조된 대중의 투쟁 의지와 열기가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면 실망하거나 낙담한 사람들이 투표 당일 아예 기권할 것이고 우파 정당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를 노린 〈조선일보〉는 “국민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라고 훈계했다.

또, 보수 정당들의 심판 기회로 선거가 유력하게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라는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파시스트인 르펜이 사회당 총리 조스팽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자,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결선 투표에서 보수 우파 정당의 시라크에게 투표하자는 압력이 형성됐다. 르펜 반대 거리 시위를 주도하던 극좌파 조직인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조차 이런 압력에 굴복했다.

3월 12일 국회 앞 집회에서 대학생 민주노동당원 이은재 씨는 노무현이 “이라크 파병과 FTA를 찬성해 [그를] 지지하지 않지만 탄핵은 반대한다.” 하고 옳게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거리 시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한편, 헌재의 탄핵 심판을 기다려 보자는 얘기도 있다. 민주노동당 기자회견문은 “헌법재판소를 서둘러 개최, 탄핵안을 기각하여 국민의 불안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 9명 중 이른바 개혁 인사라는 첫 여성 재판관 전효숙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재판관은 한 명도 없다. 더욱이 전효숙의 재산이 지난해 1억 4백89만 원 증가하는 등 이들은 모두 지난해 재산이 증가한 기득권 세력이기도 하다.

헌재는 또 지난 1월 말 동성애 관련 사이트 ‘엑스존’ 운영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표시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 소원을 기각했고, 지난해 말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국무회의의 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은 위헌”이라고 청구한 헌법 소원도 각하한 바 있다.

보수 우파의 공세를 저지하고 좌절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선거나 헌재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거리 시위와 작업장 파업 등 대중 투쟁으로 우리의 힘을 모으고 과시하는 것이다.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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