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운동은 왜 탄핵에 반대해야 하는가?

 

좌파 진영 내에서 노동자의힘과 사회진보연대 등과 같은 단체들은 우익 야당들의 노무현 탄핵에 오불관언이다.

부르주아 정치권 안의 문제일 뿐이므로 좌파가 거기에서 특별히 어느 한 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파병안을 통과시킨 것도 노무현이고 FTA 처리를 강행한 것도 노무현이라는 지적도 한다. 맞는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노무현의 배신 때문에 여러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불살랐다.

노무현의 악행에 대한 얘기라면 우리 ‘다함께’도 누구 못지않게 많이 열거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노무현에 대한 공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을 공격하면 우익도 괴롭다.”고 말해 왔다. 파병 문제나 FTA 문제 등에서 이것은 완전히 옳았다.

하지만 우익이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에서 이런 얘기는 부적절하게 됐다. 진실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그리고 변혁적 조직은 이런 변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24시간 안에라도 전술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지금 딱 들어맞는다.

사회진보연대는 “노무현은 민중들에 의해 심판받아 마땅하고 이런 시각에서 지금의 탄핵 국면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정작 중요한 것은 노무현 탄핵이 민중이 아니라 우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익 야당들이 노무현 탄핵안을 통과시킨 과정은 총만 없었지 쿠데타나 마찬가지였다. 변협이 지적하듯이 그것은 법치주의의 종언을 뜻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3분의 2가 탄핵에 반대한다는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우익 야당들이 토해 낸 노무현에 대한 불만 ― 예컨대 “파병 선언 뒤 반전 입장 표명”(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전문 중) ― 을 보면 우익이 탄핵을 발판삼아 우리 운동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노무현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복수로, 좌파가 우익 야당들의 노무현 탄핵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오류다. 우리가 우익의 반격을 패퇴시키지 않은 덕분에 우익 정당들이 권력을 찬탈한다면 그들은 맨 먼저 노동자·민중 운동을 공격하는 일부터 착수할 것이다.

우리가 노무현을 더 나은 대안으로 지지해서 우익 야당들의 노무현 탄핵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때론 싫어하고 믿을 수 없는 자들도 우익으로부터 방어해야 할 때가 있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볼셰비키는 1917년 8월(구력) 코르닐로프 장군이 케렌스키 임시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이런 상황을 맞았다.

케렌스키는 코르닐로프를 군대 최고사령관으로 임명했으니 그가 쿠데타를 자초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케렌스키는 볼셰비키의 지도자 레닌을 “독일의 첩자”라고 비난하며 “저항시 사살”을 포함한 수배령을 내렸고, 수천 명의 볼셰비키를 감옥에 처넣은 장본인이었다.

 

볼셰비키

 

그런데도 볼셰비키는 코르닐로프에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섰다. 노동조합들이 보석금을 마련해 트로츠키를 석방시켰을 때 그는 곧장 국방위원회에 갔고, 트로츠키를 감옥에 넣은 케렌스키의 동맹세력이었던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지도부와 함께 반(反)코르닐로프 투쟁에 대해 의논했다.

그래서 결국 이 모든 성과는 케렌스키에게 돌아갔는가?

사회진보연대는 한나라당·민주당 해체 요구와 탄핵 반대는 “결국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이익으로 귀결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예정돼 있는 길이 아니다.

볼셰비키는 이와 정반대의 성과를 거뒀다. 볼셰비키는 코르닐로프 반대 투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노동계급의 신임을 크게 얻었고, 결국 그 해 10월 볼셰비키가 이끄는 노동자평의회가 케렌스키 정부를 대체했다.

우리는 탄핵 반대 투쟁에서 노무현 지지자들과 뒤섞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민중 진영의 힘을 강화해 주도력을 쟁취하고 더 근본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도록 애쓰는 것이다.

노동자·민중 진영의 강화는 한쪽 옆에서 팔짱끼고 서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