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공군 비행기 한 대가 아이티 대통령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를 태우고 망명길에 올랐을 때 미국 군대는 지난 125년 동안 네 번째로 카리브해의 그 섬나라에 상륙했다.  

백악관은 아리스티드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아리스티드는 자신이 강제로 쫓겨났다고 말하고 있다.

미군이 아이티에 상륙한 것은 아리스티드가 사임해야 한다고 프랑스 정부가 말한 지 겨우 나흘 뒤,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이 똑같은 요구를 한 지 이틀 뒤였다.

그들에게는 아리스티드가 부시와 마찬가지로 직선 대통령 ─ 그러나 부시와 달리 압도 다수의 지지를 받은 ─ 이라는 사실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에 미국이 아이티에 개입했을 때마다 아이티의 빈곤과 정치 불안정은 심해졌고, 흔히 미국의 지원을 받는 독재자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됐다.

전에 독재 정권들을 위해 일했던 암살단 지도자들이 이끄는 반군이 지금 아이티의 권력을 장악하고 부시의 백악관이 그런 사태 전개를 환영하며 새 정권에 모종의 “민주적” 외피를 씌워 줄 우려가 있다.

아리스티드 자신이 10년 전 미국의 개입으로 권좌에 복귀했었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빈민 대중은 군사 쿠데타로 쫓겨났었던 아리스티드가 생활 조건들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리스티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라는 미국의 지시를 받아들여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이티 국내 자본가들의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

한때 금욕적인 해방신학 사제였던 아리스티드는 자기 자신과 측근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대중의 빈곤 상황은 더 나빠졌다.

불만이 쌓여 갔다. 아리스티드 정부에 참여했던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이 반대파로 돌아섰다. 일부 자본가들도 이에 편승했다. 미국 국적의 섬유 자본가 앙드레 아페가 반대파 동맹 “184인 그룹”의 지도자가 됐다.

외피

아리스티드의 대응은 무장 폭력 집단 키메라에 돈을 대주며 반대파의 평화적 시위를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서 비롯한 고통과 실망감 때문에 아리스티드 이전의 독재 정권들을 위해 일했던 살인·폭력 집단들이 설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조성됐다.

그들은 이웃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아이티로 진입해 주요 도시들을 장악했다. 아리스티드의 키메라 집단 자체가 분열한 것도 이들에게는 도움이 됐다.

처음에 미국 정부는 아리스티드로 하여금 미국의 명령을 따르게 하는 수단으로 반대파의 시위를 이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 상황에서 아이티에 군대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티드와 민간 반대파 세력 간의 타협을 종용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친미 정치인이 집권하기를 바랐다.

이것은 미군을 투입하지 않고도 아이티를 철저히 통제하고 싶어한 부시 주변 강경 우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이었다.

미국은 또, 도시들을 장악한 무장 집단들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자를 발견했다. 전에 경찰 총수를 지낸 기 필립이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쫓겨가기 전에 에콰도르의 미군 기지에서 훈련받은 자였다.

그는 도미니카 정부의 허가 ― 그리고 CIA가 이를 허가했음이 거의 분명하다 ― 가 없었다면 다시 아이티로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필립은 2월 28일치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칠레의 옛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의 칠레를 만든 사람은 바로 피노체트다.” 하고 떠벌렸다.

지난 주에 프랑스가 자국 식민지나 다름 없는 마르티니크와 과들루프를 이용해 아이티에 개입하려 하자 미국은 마침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아리스티드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군대가 그렇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 미국은 다른 곳에 개입하려 할 때 전례로 삼을 수 있는 “인도주의적” 개입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점령자에게 일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대다수 세계 언론은 필립을 위대한 구원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티의 빈민 중 일부는 여전히 아리스티드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대중을 빈곤하게 만드는 정책들을 강요하는 인물들 간의 자리바꿈 이상을 바라고 있다. 특히 옛 독재자들의 암살단이 돌아오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