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허용된 극히 제한된 ‘작업장을 바꿀 권리’조차 아예 빼았겠다고 나섰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이주노동자는 스스로 회사를 고를 수 없다. 오로지 사업주에게만 구직 명단을 넘겨 원하는 사람을 직접 데려다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주의 ‘낙점’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면 2주 동안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3개월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박탈당하는데 말이다. 

7월 18일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사업장선택권리를 박탈하고 이주노동자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전국 집중대회’ ⓒ제공 정영섭

노동부는 이주 지원 단체들이나 노조가 개입해 사업장 변경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을 ‘처벌’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런 조처는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는 이주 단체들의 비판에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근본 취지”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고용허가제’가 노동권을 보장한다고 떠들어 온 것이 얼마나 위선이었는지를 실토한 셈이다. 전국의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정부가 막가도 너무 막간다”며 이 조처에 경악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잦은 사업장 변경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노동력을 팔 자유’라는 자본주의의 알량한 ‘상식’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린 산업연수제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이 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노동부를 규탄한 집회에서 한 캄보디아 노동자는 “나는 강원도 양계장에서 죽도록 일하고도 어떤 달은 60만 원을 받았다. 나중에는 그것도 주지 않아 지금 5백만 원이 체불됐다. 사장은 직장을 옮기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노동부를 찾아갈 때마다 그냥 일하라고 나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일회용

양산의 필리핀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로서 나는 좋거나 나쁘게 대하는 회사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나는 노예가 아니다. 나는 노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다”고 항의했다. 

이주노조 비대위원장 우다야 동지는 규탄 연설에서 “20년이면 강산도 두 번이나 바뀔 시간이라는데, 한국 정부는 20년 동안 우리를 ‘일회용’으로 쓰다 버린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의 본질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외국인한테 죽는법을 만들어 줬다고요?"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가 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원

 올해 7월에 시행된 ‘성실노동자 고용허가제 재연장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한국에서 근 5년 동안 한 차례도 직장을 옮기지 않은 이주노동자들 중 사업주가 원하는 경우에 재입국을 시켜준다는 제도다. 한국에서 오래 일하려면 모든 불이익과 권리 침해에 입 닫고 눈감고 묵묵히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7월 18일, 전국의 이주노동자 연대 단체 회원 1백여 명이 노동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고,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했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지역의 연대 단체들이 비대위에 참가해 이 지침 폐기를 위해 힘을 모아 투쟁하기로 결의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투쟁해서 정부를 물러서게 해야 한다. 비대위는 8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지침을 철회시키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주노동자 선언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8월 19일에는 전국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동시 다발 집회도 개최한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억눌릴 대로 억눌려 온 이주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정당한 호소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굳건한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