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건강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로 거리로 나와 “돈이 없어 죽을 수는 없다. 글리벡 약값을 인하하라!” 라고 외치던 날, 우리는 “이윤보다 생명이다”라는 구호의 의미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기적의 신약’ 글리벡을 개발한 뒤 WTO체제하의 TRIPs
노바티스는 이 죽음의 거래를 통해 글리벡 시판 이후 1년도 안 돼 개발 비용을 모두 회수했고 주가를 엄청나게 올려놓을 수 있었지만 전 세계 대부분 백혈병 환자들에게 이 약은 사먹을 수 없는 죽음의 신약이었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
이들 중 3백만 명이 에이즈로, 2백만 명이 결핵으로, 2백만 명이 설사병으로, 그리고 1백만 명이 말라리아로 죽는다.
그런데 이렇게 죽어 가는 수천만 명의 대부분은 단지 의약품을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다. 전 세계 에이즈 환자 3천만 명 중 2천8백만 명이 제3세계에 살고 있지만 이중 오직 0.01퍼센트만이 치료제를 살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합병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지적재산권으로 보장되는 20년 간의 특허권을 좇아 합병을 거듭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제약회사들과 농약·제초제 회사들, 종자기업들은 각 부문의 10대 기업 순위에 여러 번 등장할 수 있게 됐다.
레이건 정부의 ‘지적재산권위원회’가 고안한 내용을 기초로 마련된 WTO의 지적재산권협정으로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자기들만의 성역을 구축한 것이다.
세계화와 약품, 식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전 세계 최대 의약품 상인인 동시에 최대의 농약·제초제 판매업자이기도 하다.
2001년의 농화학 분야 매출 순위를 보면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합병회사인 신젠타
작년 12월 30일 미국 녹색당은 “미국 정부 기구들이 쇠고기 및 제약 기업들과 유착하여 오염된 쇠고기의 인체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녹색당 기관지
미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광우병의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기는커녕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선전을 하기에 바쁘다.
몬산토는 세계 50개 나라에 공장을 두고 유전자조작 곡물의 90퍼센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은 자사 제초제인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니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모든 잡초를 죽일 수 있는 라운드업 제초제를 개발하고, 이어서 그 제초제에 견딜 수 있는 유전자조작 콩을 개발해 몬산토는 종자와 농약 둘 다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다.
유전자조작 곡물에 대해 자신의 특허권을 지키려는 몬산토는 바람과 벌, 새 등에 의해 자신의 농장에 날아온 씨앗을 키운 농민들을 지적재산권 침해로 고발하기까지 한다.
이 유전자 조작 곡물의 안전성은 어느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가 있다고는 해도 현재의 제도로는 이를 감시할 수도 없고 동물사료에 포함되는 유전자조작식품들은 그 대상도 아니다.
‘세계화’는 이처럼 다국적 기업의 이윤 추구에 민중의 건강과 생명을 그 먹이감으로 온전히 내놓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일 FTA는 노동자들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안전기준의 개악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싱가폴 FTA에는 20년의 지적재산권도 모자라 50년, 70년의 특허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 한다.
단언컨대 건강은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의 무제한의 이윤을 보장하는 그들만의 ‘세계화’에 맞선 우리들의 투쟁만이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