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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 2012 ‘극단의 시대, 자본주의와는 다른 대안 찾기’: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주최한 맑시즘 2012 ‘극단의 시대, 자본주의와는 다른 대안 찾기’가 7월 26~29일 고려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열렸음에도 김해, 포항, 부산, 울산, 목포, 마산, 춘천, 광주, 전주, 공주 등 전국 각지에서 약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개막식에서는 그리스에서 온 사회주의자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를 비롯해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김정우 쌍용차지부 지부장 등 노동조합 투사들이 힘 있는 연설로 맑시즘 2012를 활짝 열어 제쳤다.

7월 26일 오후 고려대학교에서 맑시즘 2012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레프트21
맑시즘 2012의 개막식 장소를 가득 메운 4백여 명의 참가자들 ⓒ레프트21

유럽과 그리스의 정치·경제와 저항, 세계경제 위기, 동아시아와 한반도, 마르크스주의 주요 이론, 대선, 교육, 환경, 여성, 범죄 등 50여 개의 주제로 토론이 열린 토론장은 나흘 내내 노동자, 학생, 청년 들의 활력과 호기심, 열정으로 가득 찼다. 특히 청소년들은 청중토론 시간에 활발하게 참여해 토론에 활기를 더했다.

이번 맑시즘은 세계적 경제 위기와 세계적 저항, 그리고 이것이 낳은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러졌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노동자들은 확대되고 있는 긴축에 반대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랍 민중들은 목숨을 걸고 혁명을 진전시키고 있다. 근래 세계적으로 ‘마르크스주의의 귀환’이 얘기되는 것의 바탕에도 이런 상황이 있다.

맑시즘2012에서 연설하고 있는 그리스 사회주의자 소티리스 콘토야니스 ⓒ레프트21

지난 2년 동안 노동자들이 스무 번의 총파업을 벌인 “국제 상황의 열쇠” 그리스에서 온 사회주의자 소티리스 콘토야니스의 연설은 단연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유럽과 유로존의 미래, 그리스 정치·경제 위기와 저항에 대해 발표한 소티리스 콘토야니스와의 토론 시간에는 매번 수백 명의 청중이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이 토론들에서는 민중을 위한 디폴트, 유럽 연합 탈퇴 같은 매우 중요한 논점들이 제기됐다.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는 유럽 연합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유럽연합이 “제국주의적 연합이고 동시에 시장근본주의의 보루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긴축은 유럽 지배자들 사이에서 정설이다. 신재정안정협약은 ‘어떤 국가도 재정 적자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는 복지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소티리스는 유로와 유럽연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역사의 교훈

소티리스는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란 소식을 전하며, 유럽 지배자들의 긴축 강요가 성공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했다. 이런 투쟁의 결과 그리스에서는 급진 좌파가 부상하고 있다. 그는 “[혁명적 반자본주의 연합체인] 안타르시아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보다 총선에서는 훨씬 적게 득표했지만, 대학과 작업장에서는 영향력이 더 크다”면서 “의회에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의 좌파의 영향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상대 정성진 교수 등이 강연한 경제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예측대로 2008년에 시작된 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과 그 중심에는 이윤율 저하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이 토론됐다.

자본주의 위기가 낳은 재앙인 파시즘과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토론들에서 거듭 경고와 분석, 대응 방향에 대한 치열한 모색이 이어졌다. 결국 자본주의와는 다른 대안, 즉 사회주의적 대안이 중요하다는 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 때문에 과거의 혁명의 교훈과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혁명을 다룬 주제들에 대한 관심도 컸다. 20세기 초의 러시아 혁명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반면 독일 혁명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이런 경험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 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전개됐다.

4백여 명의 개막식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투쟁에 나서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레프트21
맑시즘2012의 자랑인 민주적이고 활발한 청중토론 ⓒ레프트21

전략과 전술에 대한 레닌의 이론,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 안토니오 그람시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배우는 교훈 등에도 진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토론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혁명을 승리로 이끌려면 탄탄한 혁명적 조직을 미리 건설해 둬야 한다는 점을 혁명의 역사와 혁명가들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유물론, 제국주의 등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다룬 토론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대선, 동성 결혼, 범죄의 정치경제학, 진화와 진보, 핵발전, 비정규직, 학교 폭력 등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선 등 한국 정치의 쟁점을 둘러싼 토론에서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폭로, 분석뿐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의 전술도 제기됐다. 학교 폭력에 대한 토론에서는 발언자들이 억압과 소외를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며 큰 감동을 주었다.

‘제주 해군기지 – 안보를 위해 평화는 파괴되도 되는가’, ‘학교에서 어떻게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 ‘쌍용차 투쟁: 희망의 연대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학생과 노동자의 연대 – 왜, 어떻게?’ 등의 토론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는 주요한 투쟁을 이끌고 있는 투사들이 직접 참가해 구체적인 투쟁의 방향과 대안을 둘러싸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 활동가들이 연단과 청중 토론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8월 11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참가하자는 호소도 계속됐다.

한편, 맑시즘 2012 기간 중에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대한 용역깡패 투입과 직장폐쇄 공격이 있었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즉각 성명을 내서 노동자들을 폭력과 테러로 짓밟은 자들을 폭로하고 규탄했다. 그리고 우리 편의 강력한 반격을 호소했다. 맑시즘 참가자들은 이 성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런 내용은 토론에도 반영이 됐다.

토론장에서의 열기는 북카페로도 이어졌다. 나흘 동안 열린 북카페에서는 각종 마르크스주의 서적이 1천 권 가까이 팔렸고,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행한 소책자도 3백여 권이 판매됐다.

맑시즘2012 참가자들이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대한 용역깡패 투입’을 규탄하는 노동자연대다함께의 대자보를 읽고 있다. ⓒ레프트21
맑시즘2012 북카페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참가자들 ⓒ레프트21

행사 내내 2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뛰어 놀았던 놀이방 덕분에 여성 활동가들이 토론에 마음놓고 참가할수 있었다. ⓒ레프트21

혁명 조직 건설의 중요성

올해 맑시즘 2012는 그 어느 때보다 급진적 분위기로 넘쳐 흘렀다.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는 폐막 토론에서 오늘날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물음이 아주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물음은 먼 미래에 관한 물음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직면하고 있는 모든 투쟁과도 관련 있다. 그리스 은행 자본에 맞서서 전쟁을 선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결코 그리스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수가 없다.

“아랍세계에서는 수백만 명이 혁명을 벌이고 있고 그리스에서는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이 지난 2년 동안 거리 시위에 나간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이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면 도대체 혁명은 언제 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혁명은 현실이 아니라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것일 것이다.”

소티리스 콘토야니스는 “세계화된 경제에서 저항도 세계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저항 물결 속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붕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무엇보다 혁명이 “하나의 과정”이자 “가장 효과적인 학습 과정”임을 주장했다.

“독일 혁명은 1918년부터 1923년까지 5년이 걸렸다. 스페인 혁명은 1931년부터 1937년까지 6년이 걸렸다. 이집트 혁명은 지난해에 시작됐고,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이렇게 몇 년씩 걸리는 혁명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은 배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을 배우고, 사회를 달리 이해하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집단적 힘을 자각한다. 그래서 오랜 편견들을 스스로 떨쳐 내고 혁명적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노동계급 대중은 오직 계급투쟁을 직접 경험함으로써만 새로운 의식을 획득해 간다.

“혁명가들은 이렇게 몇 년씩 걸리는 학습 과정, 혁명적 과정에 참가해서 대중적 정당을 건설할 수 있다. 지금은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말이다. 그 대중 정당은 혁명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때로는 아주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소티리스 콘토야니스와 최일붕은 모두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결정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할” 혁명가들이 조직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맑시즘 2012가 보여 준 변혁적 사상과 대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실천 의지는 이제 금속노조 파업 연대 등 하반기 투쟁 속에서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맑시즘2012에서는 8월 11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참가하자는 호소도 계속됐다. ⓒ레프트21
인터네셔널가를 부르며 나흘 간의 토론을 마친 맑시즘2012 참가자들 ⓒ레프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