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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
비정규직과 대량해고 양산할 시간강사 악법에 맞서자

지난 8일 교과부의 고등교육법(‘시간강사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무산됐다. 교과부는 공청회를 고려대에서 개최하려 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압력으로 개최 하루 전에 서대문구청으로 장소를 급하게 변경했다. 그러나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은 공청회 장소를 기습 점거해서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공청회를 강행하려는 구청 공무원 일부가 “배우신 분들이 왜 이러십니까?” 하고 따지자, 한 조합원은 “배운 놈도 먹고는 살자!” 하고 맞받아쳤다. 공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8월 8일 교과부의 기만적 공청회를 무산시킨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 ⓒ사진 출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교과부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간강사제를 폐지하고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이라고 생색을 내지만 실상은 비정규직 확대와 대량해고, 처우 악화를 부를 ‘시간강사 악법’이다. 개정안을 보면, 강사는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에 포함되는 교원이지만 정작 교원의 처우를 보장하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또, 시행령 초안에는 한 대학에 소속돼 1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강사를 20퍼센트 이내에서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대학에 재정을 지원할 때 기준으로 삼는 법정교원확보율(계열별로 일정한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전임교원확보율)을 교원확보율(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비정규교원을 20퍼센트 범위 내에서 포함)로 완화해 사립대학들에 적용했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사립대학들은 정규직인 전임교원을 더 뽑지 않아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학들 입장에선 값싼 강사들로 교원확보율을 채울 길이 열린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 추진되는 시행령은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들만 교원에 포함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몇몇 전업강사들에게 강의를 몰아 주고 나머지 강사들을 해고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법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1만~4만 명까지 대량해고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늬만’ 교원

또 시행령은 채용방식, 계약기간, 강의료, 계약해지방식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초빙교수, 겸임교수제를 명문화한다. 결국 교원이 된 강사는 ‘무늬만’ 교원이 될 것이고, 나머지 강사들은 처우가 더 열악한 초빙교수, 겸임교수로 채용될 것이다. 심지어 교원이 된 강사도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려면 초빙, 겸임교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안그래도 이미 대학 강사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때문에 열악한 처지를 강요받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강의를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처지 때문에, 연구는커녕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강사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고액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수업권 문제로도 직결된다.

따라서 시행령 추진을 즉각 중단시키고, 총체적 악법인 시간강사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전임교원을 100퍼센트 충원해서 대학의 공공성을 살려야 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금의 ‘강사법’ 폐기를 주장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대체입법을 위한 투쟁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 이 악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량해고에도 강력하게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비정규직과 대량해고를 양산할 시간강사 악법에 노동자·학생 연대로 강력하게 맞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