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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의자놀이》:
의자를 걷어차고 단결하자

지난 8월 28일 박근혜가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동상에 가서 꽃을 헌정하려 했을 때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라며 항의한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은 박근혜의 경호원에게 멱살이 잡혀 끌려 나갔다. 꽃의 주인공은 살아 있는 전태일이 아니었다. 박근혜는 살아 있는 전태일에게는 멸시, 냉소 그리고 멱살잡이를 헌정했다.

보수 언론들은 게거품을 물며 박근혜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이들 때문에 훼방받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의자놀이》는 묻는다. “누가 의자놀이를 시켰고, 거기서 탈락한 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더 적은 의자만 내놓고 우리를 경쟁시키는 체제에 맞서 단결이라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이윤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바짝바짝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정리해고에 대한 소문들이 유령처럼 떠돌 때 그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바짝바짝 목이 탔을 것이다.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쏟아 부은 최루액 2천41.9리터는 노동자들의 몸을 타들어가게 했다. 경찰이 공장에 들어가는 모든 물자를 차단해서 노동자들은 공업용수와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었다.

목마름

의사들과 시민단체들이 “제발 물만이라도 들여보내 달라!”고 호소하자 사측은 “물 먹고 싶으면 나와서 먹어라” 하고 말했다. 77일 동안 야속하게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 책은 쌍용차 투쟁을 정부가 어떻게 탄압했는지 목이 바짝 타들어갈 정도로 묘사했다. 그 목마름 속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굳세고 단단하게 서로 소박하게 믿으며 싸웠는지도 눈시울이 촉촉하게 기록돼 있다.

또한 자신들의 이윤과 기술 유출 등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노동자들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을 작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도 폭로하고 있다. 쌍용차 사측과 정부, 경찰, 법원, 회계법인, 보수 언론 들이 서로 긴밀히 공조해 사기를 쳐서 노동자들을 어떻게 죽음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는지, 당시 쌍용차 대주주였던 상하이차의 ‘먹튀’와 회계조작에 법이 얼마나 관대했는지 등을 보면 진정한 범법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의자놀이》, 공지영 지음, 휴머니스트, 2백8쪽, 1만 2천 원

온갖 사기극으로 얼룩진 해고였지만, 심지어 회계조작이 없었다 할지라도 노동자들은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 마땅하다.

노동자들은 정말 일한 죄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회사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도 없게 돼 있다. 사측의 해고는 “경영은 우리가 말아먹었으나 고통은 너네가 당해라” 하는 고통전가다. 설사 회사가 부도가 났다 할지라도 국가가 회사를 국유화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다. 쌍용차의 경우에도 국가가 쌍용차 기업주들에게 퍼 준 돈으로도 국유화가 가능했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 더 크게는 이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상시적인 의자놀이를 시키면서 굴러 왔다. 이들은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하나의 공장에서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더 적은 의자만 내놓고 더 많은 사람들을 경쟁시켜서 서로 물어 뜯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의자놀이를 거부하는 선택지도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후원하기 위해 이 책을 발간한 것도 그 선택지를 택하자는 외침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투쟁에 대한 더 많은 지지가 모아져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의자놀이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의자를 걷어차고 단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