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광화문 일대는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휠체어 장애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로 혼란스러웠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농성단이 무기한 노숙 농성장으로 광화문 역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증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찰의 방패 사이를 기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리프트와 에스컬레이터의 전원을 꺼버린 탓에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 내려가고 …. 10시간이 넘는 싸움 끝에 역사에 진입해 농성장을 꾸릴 수 있었다. 

C학생은 뇌병변과 지적장애가 있는 중복 장애 학생이다. 1급 장애인으로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던 C는 2011년 장애등급심사를 다시 받으면서 2급 장애인이 됐다. 활동 지원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처했고 교사, 치료사, 의사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강한 이의신청 후에 1급 장애인이 될 수 있었다. 

P학생은 2급 자폐성 장애 학생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감정표현이 미숙해 자기 공격 행동 또는 타인 공격 행동이 있으며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렵다. 가정에서 P의 일상생활을 전적으로 감당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1급 장애로 상향조정하고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해드렸다. 그러나 학부모는 1급이라는 낙인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고 여전히 가정에서 온전히 그 부담을 지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32조 장애인 등록 조항은 관련 항목으로 장애 등급 심사규정을 두고 등급을 세분하고 있다. 등급 심사규정을 통해 장애를 1급부터 6급으로 나누는데 이는 복지정책을 위한 일방적 구분일 뿐 장애 당사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오히려 등급으로 인해 필요한 지원을 필요한 사람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짜 장애인을 걸러내겠다는 이유로 강화된 등급 심사규정으로 인해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진행한 등급심사결과 36.7퍼센트의 등급이 하향조정 됐고 이 과정에서 받고 있던 복지 서비스마저 중단된 피해자가 속출하였다. 

비극

2010년 10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11살 장애아들을 둔 가난한 아버지가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수급권자의 1촌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조항으로 인해 아들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자 자신이 죽을 테니 아들을 돌봐 달라며 동사무소 직원에게 유서를 쓰고 자살을 선택했다. 

지난 8월 7일에는 거제에서는 실업상태에 있던 사위가 시급 5천 원~6천 원의 조선소 협력업체에 취직하면서 소득이 발생해 기초수급 탈락통보를 받은 70대 할머니가 음독 자살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또한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많은 성인 장애인들이 소득이 있는 부모·형제·자매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가족에게 또 하나의 짐으로 전락하고 있다. 수급권을 따기 위해 부양의무자에게 찾아가 부양의무 기피서를 받아 제출하는 치욕스러운 일도 겪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조항을 넣어 교묘하게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개인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장애등급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박근혜는 부양의무제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자 부양의무제 폐지만을 이야기했다가 슬그머니 무응답으로 돌아섰다. 박근혜가 말하는 복지국가에는 장애인과 빈곤층은 없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을 발의했으나 부양의무제의 완전 폐지가 아닌 부양의무자의 범위 축소에 머무르고 있다.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 당사자의 요구에 맞는 활동지원 서비스 또는 장애인 연금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상대적 빈곤선 도입으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1백 만 서명운동, 거리 퍼포먼스, 10만 인 엽서 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고, 빈곤의 사슬을 끊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진보진영의 연대가 중요하다. 투쟁을 통해서만이 보다 선명한 개혁적 요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진정한 장애해방과 빈곤해방을 위해서는 인간보다 이윤과 효율성이 우선인 자본주의 체제를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