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의 임금 동결 방침 - 기성 정당엔 1천억 원, 노동자에겐 임금 동결

 

경총이 3백인 이상 대기업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3백인 미만 기업은 3.8퍼센트 인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10.5±2퍼센트와 10.7퍼센트 인금 인상 요구안을 이미 마련해 둔 상태였다. 경총의 임금 동결 요구는 정부 산하 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시한 적정 임금 상승률 6퍼센트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다.

민주노총의 요구가 온전히 받아들여져 임금이 10.5퍼센트 인상된다 해도 표준생계비의 73퍼센트 정도밖에 미치지 못한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영세노동자와의 임금 차별 해소에 역점을 두고 올해 임금 인상 수준을 낮췄다.

반면, 그 동안 기업 규모간 임금 격차 해소를 주장해 온 경총은 오로지 인건비 축소에만 관심 있는 본색을 드러냈다.

경총의 말대로 고정상여금 비중을 축소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성과급여를 확대하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고 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고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는 5.2퍼센트 성장할 전망인데, 그 이득을 고스란히 기업주들 주머니에 쓸어넣겠다는 얘기다. 이것은 IMF 경제 위기 이래로 한국 기업들에게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기업의 수익성은 향상돼 온 반면 노동자들의 인건비 비중은 아직 IMF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1998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3년에 7.3퍼센트로 한국 경제 사상 매우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9백36억 원

 

그럼에도 IMF 경제 위기 직전에 12퍼센트였던 인건비 비중은 2003년에 8.9퍼센트로 오히려 떨어졌다. 1998년의 9.4퍼센트보다 한층 감소한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졌고 기업주들은 더 부자가 됐다. 하위 20퍼센트의 한 달 소득이 97만 1천6백 원인 반면 상위 20퍼센트의 한 달 소득은 4백85만 9천5백 원이다. 한국의 주택보급율이 96퍼센트인데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집이 없다. 12퍼센트 가량이 집을 서너 채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롯데, LG, SK 기업주 일가의 재산은 하나같이 늘었다. 대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한나라당과 노무현 캠프에는 9백36억 원의 정치자금을 갖다바쳤다(한나라당 8백23억, 노무현 캠프 1백13억). 그것도 밝혀진 것만 그렇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대기업 노동자 귀족론을 퍼뜨려 고립시키고, 파업을 파괴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게 기업주들이 정치자금을 대는 이유다.

이처럼 정치 부패와 노동자 공격은 서로 맞물려 있다. 이제 노동자들이 탄핵 반대·부패한 기성 정치권 반대와 임금 인상을 맞물릴 차례다.

국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짓만 일삼는 자들은 1천억 원을 챙겨먹을 자격이 없지만, 모든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은 충분히 있다. 노동자들이 가난해지는 동안 수익성을 높여 온 기업주들과 기성 정치권의 금고 속에.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