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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 정책투표 계획에 부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9월 둘째 주에 한대련 탈퇴를 정책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현 총학생회는 “[지난해 총학생회가] 한대련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쓰면서 정작 학내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 한대련이 정치적으로 “[진보] 편향적”이라는 점, 한대련의 운영 구조가 비민주적이라는 점, 가입 대학의 수가 적어 한대련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한대련 탙퇴 근거로 제시했다.

총학생회의 한대련 비판은 혼란스럽다. 한대련의 비민주성 비판 같은 주장은 분명 합리적 핵심을 담고 있다. 한대련의 소통 능력 부재에 따른 불통성은 양식 있는 학생들을 질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사실, 이런 주장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기도 하다) 학생회가 반MB, 한미FTA 반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군사 훈련 반대 같은 주장과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비민주성

먼저, 한대련의 기둥인 자주파 경향 활동가들의 비민주성은 분명 문제다.

가령, 지난해 총학생회는 교육 투쟁이 한창일 때 투쟁과 별 관계도 없는 한대련 새내기 콘서트 장소 문제에서 비민주적으로 구는 바람에 큰 반발을 샀다. 가뜩이나 교육 투쟁에 열의가 없던 비운동권 학생회들은 이를 핑계 삼아 교육 투쟁에 협조하지 않았다.

한대련 내 핵심 세력인 자주파 경향이 비민주적으로 행동한 사례들은 비단 고려대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성공회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가입 총투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고, 지난 5월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직후 열렸던 중앙위원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한대련 핵심 간부들이 가담하기도 했다.

이런 비민주성은 이들의 정치와 관계 있다. 자주파 경향의 스탈린주의 정치는 자신들과 (진보) 운동 그 자체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자신들 밖의 운동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대련은 “전국 대학생들의 단일하고 대표적인 대중조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족자주’ 강령과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자주파 경향의 외피처럼 운영돼 왔다. 대외적으로는 “대중조직”을 표방하면서도 실제 운영에서는 자주파의 고유한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투영시키기 때문에 광범한 진보적 학생(회)들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한대련 초기에는 한총련(한대련의 전신)과 다른 단체인 것처럼 보이려고 자주파 경향이 아닌 학생회에도 ‘개방’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2007년 무렵부터는 자주파 경향의 통제가 급속히 강화됐다.

물론, 한대련은 진보적 학생 운동의 중요한 일부이고, 반값등록금이 정치적 의제가 되도록 하는 데서 결정적 구실을 했다. 비록 민주당과 전략적 연합을 추구하면서 그 운동을 국회 밖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수준으로 통제하고, 등록금 인하를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동력을 캠퍼스에서 건설하는 투쟁(점거 투쟁)을 소홀히 여기거나 심지어 반대하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대안적 연대체

그러나 한대련의 정치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곧 학생들의 연대체가 필요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한 학교의 투쟁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정부 교육재정 확충, 대학구조조정 저지 등은 결코 고려대학교 학생들만의 투쟁으로는 이룰 수 없다.

캠퍼스 내에서 그리고 캠퍼스를 뛰어넘어 학생들의 권익을 방어하고, 노동자 투쟁에 대한 연대, 억압과 차별에 대한 반대를 위해 공동으로 투쟁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연대체가 필요하다.

이 연대체는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적 토론을 바탕으로 활동 계획들을 결정해야 하고, 공동의 과제들(등록금 인하, 정부 교육재정 확충, 대학구조조정 저지, 착취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운동에 대한 연대 등) 중심으로 활동해야 할 것이다.

명백한 이견이 있는 쟁점의 경우(가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문제 등) 연대체의 이름으로 행동 통일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각 세력들이 각자 자기 정견에 근거해 주장하거나 실천하면 된다.

정치색 배제?

그런 점에서 현재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고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국총학생회모임’(이하 전총모)은 그런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색을 배제한’ 총학생회들의 연합을 표방하는 전총모는 여야 정당들과 정부와의 간담회를 주요 활동의 하나로 삼는다. 이 또한 명백히 정치적이다. 진보 정치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이런 것이 과연 가능한지는 둘째 치고)를 표방하는 것도 엄연히 정치적인 활동이다. 게다가 실망스럽게도, 지난해 반값등록금 운동이 한창 벌어질 때, 전총모는 그 운동을 반대하던 한나라당과도 간담회를 했다.

그러나 대학 간 연대체가 필요한 이유는 대학을 넘어선 학생들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고려대를 포함해 많은 대학들이 일제히 등록금을 내린 배경 중 하나도 지난해 반값등록금 시위를 통해 사회적 표면 위로 올라온 광범한 사회적 불만이다.

그래서 우리는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대련을 넘어선 대안적 연합체에 대한 전망 없이 한대련을 탈퇴한다면, 오히려 개별 대학을 뛰어넘는 학생들의 전국적 연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당분간 한대련 내에서 비판적·좌파적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면서 대안적 전망을 발전시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