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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사고 재발:
1천2백 도의 쇳물 속으로 사라진 두 노동자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2010년, 한 네티즌이 용광로에서 작업을 하다 죽은 청년을 위해 지은 시다. 당시 사고가 난 작업장은 연 매출 2조 원이 넘는 한국철강그룹의 계열사인 ‘환영철강’이었고, 환영철강 자체 매출도 4천7백 억 원, 영업이익만 4백 억 원이 넘는 흑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고는 10만 원짜리 펜스 하나 설치하지 못 해 일어난 일이었다.

2012년, 2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했다. 9월 10일, LS엠트론 정읍 공장에서 야간 작업을 하던 노동자 두 명이 래들(용광로에 쇳물을 옮기는 기구)에 쇳물을 붓다 뒤집혀 사망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동료는 새로 만든 용광로의 리모컨이 고장이 나 수작업으로 일을 진행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건 이후 장시간 동안 취재 접근을 거부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도에서도 기업이 아닌 ‘전북 정읍의 한 주물 공장’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회사 측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야간 근무와 회사 측의 안전 관리 부족이 부른 예견된 사고다.

LS그룹은 LG에서 분리되어 에너지, 전선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대한민국 연 매출 순위 9위의 대기업이다. 또한 LS엠트론은 2011년 4분기, 당기순이익만 8백 억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주야간근무로 고통 받고 있다. 주간2교대제와 신규 인력 확충이 아니라 기존 노동자들을 주야간근무로 착취하며 이윤을 축적하고 있다. 또한 기계 고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했다.

많은 작업장들이 이와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고, 실제로 하루 평균 노동자 여섯 명이 작업 현장에서 사망한다. OECD 국가 중 1위다. 게다가 통계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만 포함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면 실제로 산재 사망은 훨씬 많다. 청년 두 명이 1천2백 도의 쇳물을 뒤집어 쓰고 안타깝게 사망한 이 사고가 노동자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LS그룹은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게 보상을 해야 하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주야간근무와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동자들이 연대해 사용자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영업이익만 추구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은 가만히 있는 노동자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