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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할지 모르겠다’는 안철수

안철수가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는 절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민주통합당의 꾀죄죄함 때문에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최근 문재인은 약간의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는 듯하지만, 여전히 양자대결에서 박근혜와 겨룰 수 있는 것은 안철수라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안철수를 향한 원심력”이 계속 작용하고 있다.

물론 안철수는 ‘검증’의 도마에 오르면서 약간 주춤한 듯하다.

안철수 검증의 주체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었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 ‘유신 공주’ 박근혜 뒤로 결집하고 있는 반동적 우익들은 안철수를 눈엣가시로 여길 것이다. 그래서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안철수에 대한 불법 사찰과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불출마 협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안철수가 사외이사였던 포스코는 비정규직 노동자 하중근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출처 참세상

박근혜의 반동적 본질이 드러나고 이런 역겨운 행태까지 밝혀지면서 안철수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안철수의 룸살롱 출입, ‘딱지’ 아파트 구입, 포스코 거수기 논란과 스톡 옵션 행사 등도 폭로했다. 이들은 안철수도 어차피 부패한 기성 세력과 다름 없는 인물이라는 메시지를 안철수의 지지층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안철수의 지지자 중에서 보수층에게는 그럴 바에야 확실한 보수를 찍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진보 지지층에게는 실망을 안겨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검증’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일 뿐 아니라 추문을 캐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안철수가 ‘여자’가 있느냐 없느냐, 뇌물을 줬느냐 주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가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다. 그 점에서 우파 ‘검증’의 이면을 봐야 한다.

이면

안철수는 젊은 벤처 기업인으로서 대기업 독식주의를 비판해 왔지만, 포스코에 가서는 사외이사로서 6년 동안 거수기 노릇을 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하중근 열사가 포스코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것도 안철수가 사외이사로 있던 2006년이었다. 이런 기업에서 안철수는 6년 동안 3억 8천만 원을 보수로 받았고, 스톡옵션을 팔아 약 4억 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이것은 그가 당선한다면 과연 그가 말한 개혁적 조처들조차 관철시킬 수 있을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보수적 관료들과 기성 정당의 국회의원들, 국가기구 바깥의 재벌들의 압력에 짓눌려 거수기 노릇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그는 벌써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 1퍼센트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안철수가 이미 26살 때 부모로부터 판자촌의 ‘딱지’(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를 통해 아파트를 얻었고, 전세살이도 거의 해 보지 않았다는 의혹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사회구조에 불만 갖지만 말고 그 시간에 도전하라’면서 ‘공평한 출발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는 20대에 부모의 돈으로 아파트를 얻으며 불공평한 사회구조의 혜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안철수에 대한 광범한 지지는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낳은 결과였다. 사람들은 사회 변화를 바라는데 기성 정치 세력들은 이를 대변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공백을 안철수가 메운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매우 온건한 비전을 갖고 있고, 그가 결집시키려는 세력도 기껏해야 민주당이나 이헌재 같은 ‘신자유주의 전도사’다.

안철수의 비전과 세력이 구체화할수록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사이의 모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가 선뜻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못해 온 것은, 이런 딜레마 때문일 것이다. 최근 안철수는 “한국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고 내년에는 더 어려울 텐데 걱정”이고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철수의 생각’은 실패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안철수나 문재인만 바라 봐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사람들의 변화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급진적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적 행동을 건설해 나가며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변화를 바랐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행동에 나서 이 사회를 바꾸도록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