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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본드 기고:
‘성장을 위한 죽음’을 모른 척하는 세계은행 총재 김용

패트릭 본드가 지난 9월 초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방문에 대한 비판 글을 〈레프트21〉에 보내 왔다. 패트릭 본드는 남아공 크와줄라 나탈 대학교 교수이자 국제적인 반자본주의 활동가다. 패트릭 본드는 세계은행이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려고 남아공 민중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했는지 폭로한다.

김용은 다트머스 대학 총재 시절에 부유한 동창생들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인류학자라면 익혀야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화에 참여해서도, 변화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자신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기 전에 이처럼 발언했다.

김용은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 박사와 여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모두 갈채를 보내는 비영리기구 Partners in Health를 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에이즈 국장을 역임했다. 그 덕분에 역대 세계은행 총재 중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가장 인도주의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무슨 수로 김용이 독성으로 가득한 문화를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요하네스버그 주위의 말라 버리고 먼지가 가득한 광맥에서 노동, 지역, 환경을 둘러싼 분노가 한 순간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솟아날 것을 조만간 깨닫게 될 것이다.

십여 년 전에 김용은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th)’의 공동 편집자로서, ‘워싱턴 컨센서스’의 정책과 프로젝트가 공중 보건에 무척 악독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 지적에 딱 걸맞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바로 전 세계은행 총재인 폴 월포위츠가 2006년에, 그 후임인 로버트 젤릭이 2010년에 승인한 두 거대 ‘광물-에너지 복합기업’에 대한 투자다.

두 기업은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를 아우르는 거대 도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1886년에 이 곳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1천만 명의 사람들이 황폐한 곳에 살게 됐다. 이제 금은 거의 바닥났지만, 금 채굴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광업 복합기업이 탄생해 엄청난 오염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다. 폐광에서 유출되는 폐광산 침출수로 지하수가 오염됐다. 이 곳을 거쳐간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은 진폐증에 시달리다 현재 광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 그만큼 많은 이주노동자와 그 아내 들이 에이즈 보균자가 돼 흑인들만 모여 사는 게토로 다시 돌아가거나 이웃 나라로 흘러 들어갔다.

현재 공중 보건 파괴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터져 나온 곳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서쪽으로 1백 킬로미터 떨어진 마리카나다. 세계은행그룹의 국제금융공사(IFC)는 개도국의 ‘지역 개발’을 지원한다면서 그 지역의 론민사에 1천5백만 달러를 융자했다. 월포위츠는 주식과 채권을 인수하는 형태로 1억 3천5백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것도 승인했다. 그러나 2008년, 백금 가격이 3분의 2만큼 폭락하자 추가 투자는 요원해졌다.

메두피 발전소

세계은행이 더 큰 수익을 낸 사례가 있다. 2010년 4월, 젤릭은 37억 5천만 달러를 융자하는, 세계은행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 융자를 승인했다. 자금의 대부분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석탄을 주 연료로 삼는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투입됐다.

그러나 사회적·환경적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은 크게 미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가 더반에서 개최되기 전까지 고작 20개월 동안만 기금이 적립됐을 뿐이다. 젤릭은 기후 회의에서 한사코 ‘세계은행이 2020년까지 매년 현 세계은행 융자의 세 배에 이르는 돈을 지원해야 하는 녹색기후펀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메두피 발전소 건설에서 융자를 받는 측은 에스콤이다. 이 회사는 논란 속에서 수십억 달러의 터빈 보일러를 히타치에서 구매했고, 정부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흑인경제력육성(BEE)’을 빌미로 에스콤의 자회사 지분 25퍼센트를 보유했다. 에스콤의 회장인 발리 무사는 감독과 이익이 상충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서도 ANC의 재정 위원을 맡았고, 이 때문에 남아공 국민권익보호원은 그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세계은행의 반부패 책임자는 레오나르 맥커시다. 그는 2009년에 현 남아공 대통령 제이콥 주마를 겨냥한 전직 대통령 타보 음베키가 연루된 음모에서, 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을 무심코 방해한 탓에 잘 알려졌다. 당시 맥커시는 검찰 지휘자였다.

시민 사회의 대규모 연합체는 메두피 지역 개발에 반대했다. 세계은행 자체 감사에서도 융자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신임 총재 김용의 남아공 방문을 알리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융자) 덕분에 민간 가정에 무척 필요한 전기가 제공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에스콤이 메두피 발전소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2008~12년 동안 가격을 1백30퍼센트 인상했다는 것이고, 이를 지불한 것은 메두피 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할 BHP Billiton(이 기업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맺은 계약 때문에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전기를 쓰고 있다)이 아니라 평범한 빈민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전은 이제 지역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이미 몇 차례 격렬하게 저항이 폭발하기도 했다. 메두피 지역 융자에 대해 세계은행 자문역을 맡은 터프츠 대학의 윌리엄 뭄모는, 지역 개발에 수반되는 재생가능 에너지 크레딧은 ‘면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장을 위한 죽음’

세계은행은 “세계은행그룹의 남아공 프로젝트는 여전히 초기 단계”라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1951년부터 시작된다. 그 후 에스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분리 정책이 확대되면서 흑인 가구들은 그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1966년 유엔 총회에서 마틴 루터 킹과 더반 출신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버트 루틀리는 ‘세계은행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에 융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지만, 은행의 변호사들은 세계은행이 ‘비정치’ 기구라는 이유를 들어 딱 잘라 이를 거절했다. 1980년대에는 부패와 뇌물 수수로 악명 높은 레소토 산악지대 수로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프리토리아에 대규모 자금이 제공됐는데, 결국 세계은행은 2000년 초 융자 대상에서 건설 대기업을 배제해야 했다.

마리카나와 메두피 지역에 대한 융자는 속임수이며, 김용이 이번주 남아공을 향해 출발하면서 말한 “아프리카는 진실로 비상하고 있다”는 발언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2011년에 세계은행이 출판한 ‘변화된 국부론’은 ‘국부’의 총체를 금융 지표로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양 밑에 있는 광물로도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채굴 때문에 아프리카의 ‘조정된 순저축’이 매년 7퍼센트씩 감소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아프리카의 소비는 현재의 순소득을 넘어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프리카의 (자연) 자본을 유동화했기 때문이며, 장래에 아프리카의 시민들은 더욱 빈곤한 처지로 내몰리고 소득 발생의 여력도 더 감소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김용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세계은행이 부추긴 채굴 산업은 자원의 저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서뿐 아니라 마리카나와 메두피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살이 벌어진 다음 날, 워싱턴에 있는 국제 환경법센터(CIEL)는 김용에게 론민사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다.

김용이 남아공의 광물-에너지 복합 기업을 둘러싼 문화를 전처럼 방치하고 재앙을 부르는 세계은행의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성장을 위한 죽음’의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사회와 환경을 희생시켜 다국적 자본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번역 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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