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로 시작되는 ‘분배 관계’에 대한 개혁 또는 혁명의 실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비정규직 없는 사회’일 것이다. 

나는 얼마 전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이하 학비노동자)의 교육공무직화 요구안을 담은 서명지를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전 교직원에게 돌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소수 몇몇 동료들에게서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 부정적 반응을 들었다.

“이거 교육예산 문제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거 아니야? 학교에 비정규직이 얼마나 많은데 정규직화 되면 교육 정책에서 다른 예산이 깎이겠지.”

“(매우 단호하게) 저는 서명하기 싫어요. 예전에 무기계약직 믿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 있는 비정규직을 봤어요. 그 사람들을 무자격으로 정규직화 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요.”

물론 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안다. 바로 자본가 관점에서의 ‘분배’ 개념과 지배계급이 사회 구성원들을 동원(착취)하기 위해 퍼뜨리는 이데올로기인 ‘능력주의’에서 나오는 발언들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이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분배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인식한다. 가치가 임금과 이윤 중 어디로 분배되느냐는 것이다. 

부자 증세

그런데 이것은 분명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이긴 하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구조를 봤을 때 매우 소모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자본의 본질은 이윤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는 한 불가피한 결과다.

따라서 진짜 언급돼야 할 “경제민주화”는 ‘분배 관계’가 아닌 ‘생산 관계’에 있다. 자본가와 지배계급이 가지고 있는 생산수단, 생활수단 등을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해야 경제민주화는 가능하다.  

물론 여기서 곧바로 ‘생산수단의 노동자 계급으로의 이행’이라는 목표가 실현된다면 혁명이겠지만,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조세’ 문제 만큼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학비노동자의 정규직화 가능성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이나 노동자들 내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더 많이 분배하는가’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부자 감세를 되돌리거나 토건과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 교육복지 예산을 늘리고, 그 예산을 늘리기 위해 자본가 입맛에 맞는 세출을 줄이거나 자본가의 세금을 늘리는 것. 바로 이것이 현시점에서 노동자들 간의 아웅다웅 분배 다툼을 뛰어넘는 ‘경제민주화’ 방안이 될 것이다.

나아가 모든 노동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근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줄 세우기와 보여 주기를 위한 실적 중심 교육 정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공교육의 구조를 혁신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학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는 공교육의 구조를 아래로부터 민주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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