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최근 국정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것은 “일자리 혁명”이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기업도 “꼭 필요할 경우에만 정리해고가 되게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기업주들의 이익을 거스르지 못하는 민주당의 본질적 약점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기업-노동자 측이 함께 협력”해야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확충하려면 기업에 부담을 준다. 노동계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순 없다.”

문재인이 강조하는 ‘사회적 대타협’은 이런 논리에서 비롯했다. 그는 기업주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임금 피크제 도입, 임금 인상 자제 등 일정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창출’ 약속은 설득력이 없다. 문재인의 논리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하면 일자리도 늘고 비정규직도 줄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997년 IMF와 2008년 경제 위기 때도 정규직의 노동조건 후퇴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대량해고가 줄을 잇고 청년실업이 늘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맨 먼저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것은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도 만연했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정규직 이기주의”를 집중적으로 두들겼고,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고통분담

최근 친민주당 지식인 김기원은 이런 고통분담론의 위험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쌍용차 회계조작 사실까지 부정하며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옹호한다. “상하이차가 … 적자를 벗어날 자신이 없어서 한국을 떠났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문재인의 대타협론은 벌써부터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잘못 풀었다”(이병훈 교수)는 비판을 사고 있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가족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사회적 관심”도 촉구했지만, 끝내 해고자 복직은 약속하지 않았다. “‘내가 대안을 갖고 있다’고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문재인 대변인 진선미)라며 기껏 국정조사 실시를 약속했지만, 민주당은 그마저도 국회 환노위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다.

문재인이 근래 ‘보수 전략통’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출신의 윤여준까지 영입한 것도 ‘사회적 타협과 화합’ 논리의 귀결일 것이다. 윤여준은 “문재인이 곧 박정희 묘소를 참배할 것”이라며 본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문재인이 “진보의 편협성”을 벗겠다며 “합리적 보수” 껴안기에 나서는 동안, 민주노총 전직 지도부 일부는 ‘노동정치포럼’을 결성해 “지지 세력을 만들어 주겠다”며 민주당·안철수와 정책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감스런 일이다. 이들은 박근혜를 막겠다는 논리를 펴지만, 대선에서 비판적 투표를 하는 것과 무비판적으로 민주당에 줄을 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차기 정권이 누가 되더라도 예상되는 고통전가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대타협과 양보’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진보진영의 독립적 투쟁 건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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