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국회 앞에서 발광을 하고 있던 〈독립신문〉 대표 신혜식은 “노무현 탄핵의 열망은 실현됐다. 이제 우리는 헌법재판소로 가서 재판관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안 된다면 죽이겠다”며 살기 등등했다.

《월간조선》의 조갑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려던 음모를 막고 조국을 위기에서 구출한 국회의원 193명의 용기와 박관용 국회의장의 결단력은 영원히 추억될 역사적 사건”이라고 찬양했다.

한민련(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의 당직자들은 “만세! 이제 살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의원님들” 하고 환호하며 악수를 나누었다.

“구국의 결단”,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기뻐하던 이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곧바로 이들은 거대한 폭풍우에 휘말려 정신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촛불의 바다가 이들을 집어삼켰다.

최병렬, 박관용 등의 홈페이지는 빗발치는 비난과 항의 때문에 폐쇄됐다. 한민련 셋 다 합친 지지율이 20퍼센트로 떨어졌다. 서청원은 알아서 제 발로 서울구치소로 기어 들어갔다. 자민련의 김종호는 “내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나섰다.

조순형은 ‘미스터 쓴소리’에서 ‘조골룸’으로, 추미애는 ‘추다르크’에서 ‘추한 다르크’로 전락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는 탄핵안 가결은 “자폐적 구도에서 발생한 정신착란 증세”라는 진단을 내렸다. 한 마디로 말해, 한민련 일당은 “미쳤다”는 것이다.(〈한겨레〉 3월 13일자)

윤도현 밴드는 국회가 수여한 상을 반납하며 “[국회가] 이런 상을 누구에게 수여한다는 것 자체가 꼴불견”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지지 입장에서 글을 써온 논객 강준만 씨는 “도무지 저 같은 중간파가 설 땅이 없”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대중의 분노가 어찌나 컸던지 선거 운동을 하던 한나라당 출마자는 “명함을 돌렸을 때 면전에서 찢어버리는 경우까지 있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조골룸

최병렬은 곧 “역풍의 진원지는 방송”이라며 추악한 반격에 나섰다.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이 자는 대중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최병렬은 “국민 일반이 왜 대통령 탄핵소추가 시작되었는가에 대해 … 사실 관계를 잘 숙지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필은 “이럴 때는 언론이 눌러 주는 역할을 해야지”라며 거들었다.

민주당은 여론이 자기들 뜻대로 ‘조작’되지 않자 “여론 조작이 아니고는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 언론이 내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20∼30대”가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홍사덕은 “촛불시위에 나오는 젊은이들과 30∼40대들[은] … 이태백이나 사오정”이라고 모욕했고, 유한열은 “[TV를 보니] 탄핵 표결 시에 우리를 ‘동물의 왕국’ 무리떼 움직이는 것처럼 그렸더라”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는 “방송 속에 비치는 폭력적인 이미지와 … 거리에서 목격되는 상황들은 무엇보다 어린이·청소년들의 교육에 치명적인 역기능을 낳을 것”이라며, “[방송이] 민중 소요를 재촉하는 듯한 보도 내용으로 탄핵 문제의 합헌적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의 조갑제는 “KBS가 내란 선동의 사령탑이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뭘 모르는’ 국민들에게 ‘사실 관계를 잘 숙지’시키기 위한 작업이 뒤따랐다. KBS와 MBC를 찾아간 ‘동물의 왕국 무리떼’들은 “간부들이 보도지침을 내려야 한다”, “고건 총리에 대한 특집 방송을 해라”, “촛불 시위를 이렇게 비추면 10만 명으로 보이고 조금 비추면 1만 명으로 보이고, 기술적인 문제”라며 진정한 여론 조작을 주문했다.

물론 이것이 “시청료 거부 운동과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라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조순형은 “우리가 [한나라당에] 협조하면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최틀러’는 이미 1990년에도 공보처 장관으로서 낙하산 사장 임명을 거부하는 KBS 노동자들을 경찰력으로 짓밟았던 장본인이다.

‘편파보도’를 들먹이던 이들은 막상 TV 토론에 나와서 탄핵안 가결의 ‘사실 관계를 잘 숙지’시킬 수 있는 기회는 모조리 거절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어울리지 않게 ‘6백 번째 정신대 수요집회’를 사설로 다루고, “조선왕조실록에 5천9백11번 등장하는 ‘탄핵’”, “탄핵을 잊을 만한 매화 축제 … 가족끼리 연인끼리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말하며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분노를 식히려 애썼다.

동물의 왕국 무리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한민련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탄핵 취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민주당에서는 ‘조순형 지도부의 즉각 사퇴’ 주장과 함께 탈당 ‘무리떼’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 서중석 씨가 지적했듯이 이들은 5·16쿠데타, 10월유신, 5·17쿠데타 등 “밀어붙이는 데 익숙해 있다. 상식과 양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한겨레〉 3월 17일자)

따라서 거대한 탄핵 역풍이 가져온 위기에 대한 한민련의 대응은 또다시 ‘밀어붙이기’일 뿐이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 노무현의 3·1절 기념사 발언(“우리에게 침략과 간섭을 가져 온 용산 기지가 우리에게 돌아온다”)을 ‘이적행위’로 몰아 탄핵 사유로 추가하자고 한 데 이어서, 한나라당의 법사위 간사 김용균은 노무현이 “불법 파업과 시위를 부추겼다”며 탄핵 사유 추가를 주장했다.

음모와 협잡으로 살아온 자들답게 이 모든 걸 음모로 돌리는 수작도 이어졌다. 한나라당에서는 ‘탄핵이 가결되도록 유도한 노무현의 음모’론이 나왔다. 민주당은 “[대우건설] 남 전 사장의 사체를 경찰이 왜 못 찾는지 아니면 안 찾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음모를 제기했다. 이런 식이라면 ‘촛불시위는 양초업계의 음모’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가장 더럽고 야비한 음모를 꾸미는 것은 물론 한민련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의 유시민은 “그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킨 다음 …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할 것이며, 심지어 총선 일정을 연기시키려는 책동까지도 서슴지 않으리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미 최병렬은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할지, 개헌을 할지 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결정날 것이다”(3월 10일 기자회견)라며 운을 띄웠었다.    

〈조선일보〉는 “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일어서 서성이지 말고 이제 제자리에 앉자”고 말했다.

정말 제자리로 가야 할 자들은 바로 한민련 무리떼들이다. 이 자들이 역사의 쓰레기장이라는 제자리로 쫓겨날 때까지, ‘표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힐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거리 시위와 파업, 동맹휴업 등으로 우리의 투쟁을 확대시켜야 한다.

촛불집회의 목소리

촛불집회에 오니까 기분이 좋아져요. 한민당은 국민 여론도 무시하고 자기들 이익만 따지는 자들이예요. 한나라당을 없애고 나서 노무현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동맹휴업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숭실대 학생

 1980년대에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목숨 바쳐 지켰던 민주화를 저들이 돌이키려 하고 있어요. 물론 노동자 탄압과 이라크 파병은 노무현의 잘못입니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습니까? 1인 2투표니까 민노당과 열우당을 지지할 생각입니다.

성동구 사무직 노동자

 나는 도로공사 게시판 만드는 일을 해요. 그래서 오늘 ‘193마리의 바퀴를 완전박멸하자’는 게시판을 직접 만들어 왔어요. 나는 노무현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여기에 나왔어요.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자민련 3당을 몰아내야 합니다.

상일동 노동자

 이렇게 도로로 못나가게 막다니 … 집시법을 바꿔야 해요. 자발적 행동을 불법으로 몰다니 말이 됩니까?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죠.

사무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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