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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는 거인

10월 초부터 약 3주 동안, 미국 전역의 월마트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켰다. 동쪽 끝 메릴랜드에서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월마트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뛰쳐나와 창고를 점거했다.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의 지원을 받는 ‘우리 월마트’ 단체에 속한 노동자들은 6만 2천 평에 이르는 미국 최대 물류창고를 점거하는 등 강력하게 투쟁했다. 시카고 교사들을 비롯한 다른 노동조합의 연대도 줄을 이었다. 그 결과 월마트 노동자들은 적정 노동 시간, 직장 내 성희롱과 관리직의 괴롭힘 방지 등의 쟁점에서 승리를 따냈다. 파업 기간 임금도 받아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마치 이 파업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의 위기가 미국 노동자·민중을 투쟁으로 내몰았다.

오바마가 임기를 시작한 2009년 초만 해도 미국 전역에 희망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 미 농무부의 공식 통계로도 여섯 명 중 한 명이 ‘식량 불안전’ 상태, 즉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노숙인, 특히 노숙 아동의 숫자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바마 정부의 개혁 조처는 누더기가 됐거나(의료보험), 효과가 미미했다(1인당 15만 원 정도의 식량보조금).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분노로 바뀌면서 미국인들은 투쟁에 나섰다. 교육예산 삭감에 맞선 대학생 수만 명의 투쟁, 우익 정치단체 ‘티파티’에 맞선 20만 워싱턴 행진,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에 맞선 30만 시위, 전국적으로 4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무지개’ 행진 등 대규모 대중 집회가 계속 일어났다.

노동자들의 전투적 파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위스콘신 공무원 노동자들이 단체교섭권을 지키기 위해 주의회를 점거한 것을 시작으로, 교원평가에 맞선 최근의 시카고 교사 파업에 이르기까지 투쟁이 계속됐다. 월마트 같은 전국적 대기업부터 소규모 지역 레스토랑 체인점까지 크고 작은 작업장에서 파업들이 계속 벌어졌다.

99퍼센트

이런 투쟁들의 와중에 일어난 ‘점거하라’ 운동은 커지는 분노를 상징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부패에 맞서 시작된 이 운동은 ‘99퍼센트’를 대변했다. 야수의 심장에서 울려 퍼진 저항의 목소리에서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은 자신감과 영감을 얻었다.

저항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미국인 셋 중의 하나가 ‘사회주의’에 긍정적이다. 이것은 우익 단체인 ‘티파티’를 지지한다고 밝힌 18퍼센트보다 훨씬 많다.

미국 노동계급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메이데이의 기원이 된 여성 노동자 파업, 연좌파업의 개념을 제시한 1930년대 자동차 노동자 투쟁, 제2차세계대전 기간 중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 물결, 1960년대 저항 분위기에서 벌어진 수많은 살쾡이 파업 등.

하지만 미국 운동은 민주당에 의존하는 오랜 ‘전통’ 탓에 번번이 발목을 잡혀 왔다. 강력한 연좌파업의 기를 꺾고 루스벨트 정권과 협상해서 합법적 노조 운동을 전개한 공산당과 노조 지도부는 전후 매카시즘 광풍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박살이 났다.

지난 세기 내내 미국 민주당은 운동이 자신들에게 의존하는 것을 이용해 운동을 통제했고, 주류 정치에는 ‘더 나빠 보이는 나쁜 당’(공화당)과 ‘덜 나빠 보이는 나쁜 당’(민주당)밖에 남지 않게 됐다. 1960년대 같은 예외적인 몇 해를 제외하면 좌파들은 약화되고 분열을 거듭했다.

다행히 ‘점거하라’ 운동을 비롯해 새롭게 떠오르는 운동의 좌파 진영은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중 일부는 미국 녹색당 선거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미국 좌파들은 성장하는 투쟁들을 서로 연결하고 전국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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