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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여성에게 투표를?

여성은 여성에게 투표를?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정치세력화’ 얘기가 한창이다. 의회, 행정부, 사법부 등 각종 국가기관에 여성들의 참여를 늘임으로써 여성 해방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오늘날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갖고 있는 믿음이다.

이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여성단체들(여성단체협의회나 여성신문 등)만이 아니라 여성연합이나 여성민우회 같은 진보 진영의 여성단체들까지 두루 공유하는 생각이다.

유권자의 51퍼센트가 여성인데도 여성 의원은 고작 5.9퍼센트(16명)뿐인 상황에서 여성 의원 수가 대폭 늘어나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성 의원 수 확대가 무조건 진보는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후보의 증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진영 후보 뿐 아니라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투표에서 정당을 무시하고 성별을 일차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여성 후보’라 해도 기성 정당의 후보라면 투표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부패와 파병, 시장 정책, 노동자 탄압에서 한목소리를 내 왔는데, 여성이라 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다수 여성의 이익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이익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의 50퍼센트가 여성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후보를 낼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 한다.

그것은 선거에서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가 단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가 대다수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은 “남성의 권력”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동안 국회는 대다수 남성들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FTA와 파병안 통과는 많은 남성들이 반대했는데도 통과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여성 정치인 수가 계속 늘어났지만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사기업화, 복지 삭감 같은 대다수 여성들의 삶을 공격하는 정책들은 국회 의석 수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인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도 진행돼 왔다.

모든 계급의 여성들이 억압받는다 해서 그들이 받는 억압의 정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수백, 수천억 원의 재산을 가진 여성들의 삶이 카드 빚에 쪼들려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여성들의 삶과 같을 수는 없다. 보모나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고 고급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여력이 있는 부유한 여성들과 그렇지 못한 여성들이 느끼는 가사와 양육에 대한 부담이 같을 수는 없다.

계급으로 나뉜 사회에서 계급을 초월한 공동의 ‘여성 이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주가 여성이라 해서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에 덜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강금실, 추미애, 이미경 등이 보여주었듯 여성 정치인들이라 해서 친기업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여성 억압은 ‘남성의 이익’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이익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남성 노동자들이 자기 부인이나 파트너가 저임금을 받고 직장에서 성희롱에 시달린다 해서 이득을 볼 리는 없다. 값싸고 질 좋은 탁아소가 있다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 노동자들도 환영할 것이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무보수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보육 시설에 가능한 한 돈을 대지 않으려는 기업주들을 비롯한 지배계급에게 유리하다. 여성 차별은 오히려 남녀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해 지배계급에만 유리할 뿐이다. 노동시장의 구조화된 성별 분업이나 임금 격차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어렵게 하고 이것은 착취 강화에 도움이 된다.

여성 해방은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는 착취와 억압, 소외에 맞서 함께 싸울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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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여성 여성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