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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을 동정하지 마라

우익을 동정하지 마라

한민당(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회 쿠데타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가 고조되자 우익들의 발악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골수 우익들은 대통령 부인의 학력을 문제삼아 상스러운 욕을 해댈 뿐 아니라 주저 없이 낡아빠진 색깔론을 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독일인 의사 출신 우익 선동가 노베르트 폴러첸은 “현재 탄핵 정국은 북한에서 침투시킨 세력들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도 조작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평양에서도 쿠데타라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색깔 공세를 폈다.

지만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북이 좌익들에게 불구덩이 소요로 몰아가라 [지시]했다”고 썼다.

‘북핵저지시민연대’의 대표 박찬성은 “초대형 방송시설과 수십만 개의 촛불은 다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 돈이 어디서 왔겠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눈속임

삼성과 전경련 등의 돈을 받아 돈봉투를 뿌리며 노인들을 동원해 집회를 해 온 우익 단체들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모금으로 집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촛불행사는 열린우리당이 한총련과 민노총 등을 총동원해 자리를 채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한총련 학생들을 구속·탄압하고, 노동자 운동을 공격하는 노무현이나, 공격 당하는 학생·노동자 들이나 모두 “친북 좌익 세력”일 뿐이다.

우익은 노무현 정부 들어 “한총련을 비롯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친북 좌익 세력들이 모여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고 “이런 혼란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노무현 탄핵”이라고 말한다.

한민당이 촛불시위를 악착같이 ‘친노’ 시위로 몰아가는 것은, ‘반노’ 세력을 자기들 쪽으로 결집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노무현에 대한 지지도보다 두 배나 높은 탄핵 반대 여론은, 탄핵 반대가 단순히 ‘친노’가 아니며 노무현에 대한 실망이 우익 지지가 아니라 진보적 대안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우익의 머리 속에는 대중에 대한 멸시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우민(愚民)’, ‘폭민(暴民)’, ‘뭘 모르는 국민’ 등이 조·중·동과 한민당이 즐겨 쓰는 말이다.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인 서지문은 “우리 국민의 정치적 판단이 지극히 감정적이고 단선적이라는 사실이 요즘처럼 유감스러운 때도 없었다.”고 썼다(〈조선일보〉 3월 27일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국민이 어리석게도 지난 대선 때는 이회창을 택하지 않았고, 지금은 탄핵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촛불시위는 열린우리당이 고속버스를 대절해 인원 동원한 것’이라는 조·중·동과 한민당의 주장이 놀라운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지구당에 전화해서 ‘왜 촛불시위에 참여를 독려하지 않냐’고 추궁해서 여직원에게 ‘동원하겠다’는 답을 유도한 후, 이것을 녹취해 증거로 제시했다.

한민당은 방송국에 찾아가 “고건 총리에 대한 특집 방송을 해라”, “촛불시위를 이렇게 비추면 10만 명으로 보이고 조금 비추면 1만 명으로 보이고, 기술적인 문제”라고 주문한 바 있는데, 곧 조·중·동이 시범을 보였다.

광화문에 10만 명이 모인 직후 조·중·동의 1면은 촛불이 아닌 고건의 사진으로 뒤덮였다. 그 다음 주에 광화문에 20만 명이 모인 직후 〈조선일보〉는 이것을 2천 명이 참여한 탄핵 찬성 집회 사진과 같은 크기로 나란히 실어 눈속임했다.

그러나 이런 몸부림과 속임수에도 우익 정당과 신문들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중의 급진화를 멈춰 세우고 사회 분위기를 거꾸로 돌려 보려는 우익의 도발은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말았다.

지배계급 내 ‘개혁파’였다가 ‘한-민 공조’라는 우익 동맹을 추구하며 우경화한 민주당은 소멸의 위기에 몰려 있다. 1990년 김영삼이 노태우·김종필과 동맹한 ‘3당 합당’과,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연합’에 이어서 ‘한-민 공조’는 이 나라에서 지배계급 ‘개혁파’가 얼마나 취약하고 믿지 못할 자들인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것은 현 ‘개혁파’인 열린우리당의 미래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구원투수’를 맡은 추미애도 일관성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주5일제에 따른 생리휴가 폐지를 지지한 ‘개혁파’ 여성 의원인 추미애는 이라크 1차 파병은 찬성하더니 추가 파병은 반대했다. 탄핵도 애초 반대하다가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으로 만들 정도”라며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더니, 이제 와서 “한-민 공조를 한 것은 잘못”이라며 조순형을 비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은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하며 ‘거대여당 견제론’을 들고 나섰다. “[한나라당 제] 1당은 물건너간 것 같지만 [열린우리당의] 1당 독재는 막아야 한다 …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부대변인 장광근)

한나라당은 방송국에 찾아가 “물도 안 주냐”, “오뉴월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간다”며 ‘읍소‘와 우격다짐으로 대표 경선 TV 생중계를 따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상득은 “절을 하니까 좋은 일이 생기더라”며 어디서나 툭하면 큰절을 해대고 있다.

천막 서커스 쇼

〈조선일보〉의 지상 중계에 따르면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차떼기 당’에 어울리게 ‘다함께 차차차’를 부르며 모두가 ‘관광버스 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나라당의 새 대표 박근혜는 폐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긴 열린우리당을 흉내내 한강 옆 천막으로 당사를 옮겼다. 여의도 당사에서 현판을 떼서 들고 한강 옆 천막까지 무리지어 걸어가는 검은 양복 차림의 한나라당 무리떼를 본 한 택시 운전사는 “조폭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천막 당사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욕설과 주먹다짐 ‘씨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 때도 이회창은 ‘엘리트 귀족’ 이미지를 떨치려고 누런 잠바를 입고 다니며 ‘공부 못했던’ 초등학교 성적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지금도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옆에는 체어맨, BMW, 벤츠 같은 억대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도 이것을 “삼류 서커스 같은 쇼”라고 말할 정도다.

아무리 동정을 호소하고 천막 서커스 쇼를 해도 친일·독재·부패 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의 본질은 가릴 수 없다. 더구나 지난 1년 동안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여당의 전쟁 지원과 노동자 탄압, 부정부패를 ‘견제’하기는커녕 한 술 더 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한 진보야당이지 더러운 보수야당이 아니다.

우익은 “성난 노도와 같던 국민 감정이 곧 흔적도 없이 잦아들고 냉소와 무감각으로 돌아가곤 한다는 사실이 현 상황에서 한 가닥 희망이고 위안”(〈조선일보〉 3월 27일치)이라고 말한다.

저들의 한가닥 희망마저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우익에 맞선 대중 행동과 선거 도전이 필요하다. 더 중요하게는, 우익도 열린우리당도 아닌 진보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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