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이자 경상대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학생인 김재원 씨가 지난 10월 19일에 열린 한미FTA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자세한 내용은 '한미FTA 반대 시위 재판 - 1퍼센트의 이익을 지지하라는 강요' 참고). 김재원 씨는 한미FTA 반대 시위의 정당성과 진보운동의 대의, 집시법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를 바란다.


항소이유서

한미FTA반대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 벌금 50만 원이 선고된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합니다.

1. 한미FTA는 1퍼센트의 부자들을 위해 99퍼센트의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협상입니다.

정부는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하지만,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의 1퍼센트 부자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다수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협상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1997년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금모으기 운동’을 하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 현재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2만 달러의 소득을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오히려 IMF 이전보다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가 늘어났고, 소위 “한강의 기적”이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서민들은 여전히 ‘희망퇴직’과 “해고당하기 싫으면 임금이 깎이거나, 비정규직직원이 되라.”는 강요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9년 파업 이후, 23번째 죽음이 일어난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례나 직장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해고했던 자들에게 복수하겠다며 여의도에서 사람들을 “묻지마 공격”한 청년노동자의 비극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 역시 “취업 잘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한다.”는 끔찍한 입시교육에 시달리다가 자살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료아이들을 폭행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래의 사회를 이끌 대학생들조차 고액 등록금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에 국회에서 통과된 한미FTA법안은 이런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한미FTA를 하면 그 내용과 충돌하는 우리나라 헌법의 15퍼센트 가량을 바꿔야 할 지경입니다. 그나마 경제민주화나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헌법 내용을 말입니다. 그러면 지금 서울시립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반값등록금정책이나 의료보험제도조차 기업들의 이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투자자정부중재제도(ISD)의 제소감이 될 수 있습니다.(참고로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 보장하는 장치인 투자자정부중재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DDA)에서조차 그 채택을 거부한 것으로서 흔히 말하듯이 이른바 ‘보편적 제도’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복지가 약화되고, 소위 “절망범죄”라는 것조차 나타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의료비’가 치솟게 될 것입니다.

기후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배기가스가 많은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한미FTA때문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요된 저곡가정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지원되던 농업보조금과 농업관세를 없애는 것이 한미FTA정책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서 “이미 경쟁력이 사라진 농업을 희생시켜서라도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만, 세계적인 농업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농산물가격이 싼 이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란 사실을 고려하면(농업생산액에 비한 농업보조금 비율은 EU는 22.3퍼센트, 미국은 14.6퍼센트인데 우리 나라는 4.6퍼센트), 오히려 농업보조금을 올려야 마땅한데, 한미FTA는 오히려 정반대 정책을 펼치는 것입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국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금융자본’의 횡포와 경제 위기 속에서 1퍼센트의 소수 부자들만 잘 사는 것에 반대해 전국적으로 나타난 월가점령운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고액등록금에 시달리고, 설령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가 없는 청년학생이고 경제 위기로 인해 집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노동자들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도 한미FTA가 통과될 경우에 더욱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자영농협회와 미국의 현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노동조합도 한미FTA에 반대했고, 한국의 한미FTA반대 운동을 지지했던 것입니다.

2.한미FTA반대집회를 불법화한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의 위법성.

판사는 저에게 한미FTA반대집회 참가는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법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집시법 자체가 위헌 논란이 있습니다.

미국에서조차 백악관 앞 집회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주변 집회 금지라는 이유로 대중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조차 불허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국회의 인근에서의 집회를 일체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위 법률은 당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의 입법 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 중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위헌여부가 문제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입니다.

그리고 기성언론에서 한미FTA를 지지하는 광고나 뉴스보도는 내보내면서 한미FTA반대 주장은 거의 소개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주변에서 집회를 해서라도 한미FTA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과연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백번 양보해 행진 자체가 “일반교통방해”라고 해도 집회 장소를 이동하다가 진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집회의 일부로서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경찰이 길이 좁은 국회북문도로에서 물대포를 사용해서 시위참가자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일반교통방해’는 피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찰들이 진정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이라면 좁은 도로라서 자칫 사고가 나기 쉬울 수 있는 상황에서 2008년 촛불집회 때 일부 시위대를 실명상태로 몰았던 물대포를 사용하면서 시위대를 위협한 것이야말로 헌법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3. 판사의 태도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황보승혁 판사는 제가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대학원까지 입학했다는 학생이 생각이 깊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편협해지고 옹졸해질 수 있느냐?”고 저의 정치적 견해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제가 “한미FTA로 인해 고액 등록금과 낮은 임금으로 고생하는 내 이웃들이 더욱 고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깊어질수록 집회에 참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서 “벌금 깎을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법을 가지고 죄를 판단해야 할 판사가 자신의 개인의 견해를 근거로 판사의 권력을 이용해 한 개인의 인격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판결문에서 한미FTA반대의 정당성을 주장한 저의 법정진술 내용을 벌금형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저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한미FTA반대집회 건으로 황보승혁 판사에게 재판받은 한 시민은 자신이 피고인석에 앉아서 재판받으려는 것조차 청경에 의해 제지당했고, 경찰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 자료와 경찰간부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을 요청했지만 일방적으로 불채택됐고, 검사의 요청 하에 자신의 진술을 다 마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중단당하고, 나머지 내용을 서류로 제출해야 했습니다.

(항소이유서/ 꺾은 붓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kinawapark&logNo=164753911)

이런 1심 판사의 부당한 처우 역시 항소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4. 한미FTA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는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한미FTA의 부당성을 잘 알고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대학원에 다니면서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좀 더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 외에도 많은 분들이 한미FTA반대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기소되거나 재판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집시법의 부당한 적용에 맞서면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잘 싸워나가길 바라면서 저도 그 중 한 사람으로서 연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FTA때문에 미국처럼 돈 없으면 병원에서 쫓겨나야 하거나, 볼리비아처럼 한 기업(백텔)이 빗물마저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정의한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