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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범 딕 체니가 서울에 온다

이라크 전범 딕 체니가 서울에 온다

김하영

미국 부통령 딕 체니는 눈에 띄지 않게 처신하면서 배후 조종을 하는 데 능숙하다.

그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정신적 지도자이고, 미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 국방부 부장관 울포위츠와 절친한 흉측한 전쟁광이다.

올해 초 부시 행정부의 전(前)재무장관 폴 오닐은 “딕 체니 부통령은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라크 침공을 선동했다”고 폭로했다.

딕 체니가 이끌었던 ‘국가에너지정책개발특위’는 2001년 5월에 보고서(일명 ‘체니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는 이라크를 손봐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 기간[2020년]까지 걸프 지역의 원유 공급량은 세계의 54∼67퍼센트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동 지역은 미국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너지정책개발특위’에 석유회사 거물들인 체니의 친구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누구나 짐작하지만, 정확히 누가 포함돼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 의회는 ‘국가에너지정책개발특위’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체니는 구성원들의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흡혈귀

체니가 중동의 석유를 차지하는 것이 세계 지배의 선결 조건이라고 믿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체니는 막 고위 관료의 길에 들어선 1973∼1974년 석유파동 때 중동 지역 석유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1975년 당시 《코멘터리》라는 잡지에 실린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 로버트 터커의 글 ‘아랍 유전을 장악하면 우리의 정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체니의 단짝 울포위츠의 가슴도 파고들었다.

체니는 1997년에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창립선언문에 서명했다. PNAC의 핵심 내용은 군사력을 토대로 미국의 세계 패권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체니에게 9·11 테러는 20∼30년 동안 키워 온 꿈을 펼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사건이었다.

그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체니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거짓말에 기반한 폭격과 점령으로 벌써 1만여 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그럼에도 체니의 욕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외교·재정·군사 행동의 표적이 될 수 있는 40∼50개 나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피 맛을 본 흡혈귀처럼 체니는 두리번거리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은 9·11 이후 두 나라를 해방시켰다. … 적들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적들과 평화조약은 불가능하다. 억지와 봉쇄 전략은 더는 효과가 없다.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을 철저히 파괴하는 것뿐이다.”

딕 체니의 전력

딕 체니는 닉슨 행정부의 경제기획실장이었던 럼스펠드의 보좌관으로 고위 관료의 길에 발을 들였다. 당시 그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어떻게 패배하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1980년대 와이오밍 주 하원의원 시절 그는 우익적인 전력을 차곡히 쌓았다. 체니는 당시에도 테러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대했다.

체니는 넬슨 만델라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세계 안정을 해치는 테러리스트라며 비난했다. 그는 1986년에 만델라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체니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당시에도 걸프전(1991년)을 밀어붙였다.

그는 걸프전에 대한 국회 브리핑에서 이라크인을 학살한 스마트 폭탄의 끔찍한 효력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당시 한 국회의원은 체니의 브리핑은 마치 “호러 쇼” 같았다고 말했다.

걸프전을 추진하면서 체니는 이라크 군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하는 동안 체니는 더러운 전쟁을 하나 더 벌였다. 미국은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해 대통령 노리에가를 마약 공급 혐의로 체포했다.

노리에가가 미국의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을 때 그의 범죄 사실 가운데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1984년 이전에 저지른 일이었다.

그러나 1984년 이전에 노리에가는 CIA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미국의 귀염둥이였다. 노리에가가 미국을 거슬러 독자 노선을 걸으려 하자, 미국은 군사 작전도 마다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는 본보기로 파나마를 침공한 것이다.

체니는 거대 무기회사 TRW의 이사도 지냈다. TRW는 미사일방어체제(MD)를 추진하는 4대 군수회사 가운데 하나로 이 사업으로만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체니가 MD 추진에 열을 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체니의 처도 최근까지 무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이사였다.

전쟁광 체니는 결코 전쟁터에 나가 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베트남 전쟁 때 학업과 결혼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했다.

체니는 1995년에 핼리버튼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해 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 이 거대 석유회사의 최고 경영자였다.

2000년 봄에 체니는 공화당 내 부시 후보 경선팀에서 ‘부통령물색위원회’를 맡았다. 체니는 여러 후보들에게 두툼한 서류를 요구하더니 결국 자기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선정했다.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 핼리버튼과 딕 체니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 이라크 석유 시설 복구 사업을 독점해 이라크에서만 1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쿠바 관타나모에 포로수용소를 짓는 대가로 3천7백만 달러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폐허 위에 미 대사관을 지어 1억 달러를 벌었다.

이것은 모두 딕 체니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체니는 자신이 더는 핼리버튼과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순전한 거짓말이다.

체니는 핼리버튼에서 일하는 5년 동안 무려 4천4백만 달러(약 530억 원)를 벌었고 지금도 핼리버튼에 1천8백만 달러어치 주식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통령을 그만둔 뒤 핼리버튼으로부터 해마다 15만 달러씩 받기로 돼 있다.

핼리버튼이 사업 경력이 없는 체니를 이사로 받아들인 것은 정경유착을 노렸기 때문이다. 체니를 받아들인 뒤 핼리버튼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핼리버튼의 이사 시절에 체니는 미국이 ‘테러지원국가’로 낙인찍고 있던 이라크, 리비아, 이란에 석유 채굴 관련 부품과 서비스를 팔아넘겼다. 부통령이 된 뒤에도 카스피해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협상했다.

핼리버튼과 체니의 유착 관계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핼리버튼은 1991년 걸프전이 끝난 뒤에 쿠웨이트와 거액의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핼리버튼은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에게 정치자금을 대 왔다. 1999년과 2002년 사이에 정치헌금으로 70만 달러를 냈고, 2000년 대선 당시 부시와 체니 후보에게 공개적으로만 1만 7천6백77달러를 지원했다.

이것이 바로 핼리버튼이 “이라크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다.

미 하원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라크 복구 사업과 관련해 특정 기업이 선정된 경위에 대해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회계 감사원에 요구한 상태다.

미국 국립 전쟁대학 교수 기샘 가디너가 지적하듯이 “이라크 특수에 뛰어든 기업 대부분은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

부시 행정부에는 체니를 비롯해 고위 관료 41명이 석유회사 간부 출신이거나 석유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자신이 석유를 빼놓고는 인생을 말할 수 없는 석유회사 경영자 출신이다.

부시는 1986년 유가가 급락했을 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유가가 배럴당 9달러로 떨어지기 직전 성령이 저와 함께하심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부시가 “악의 축”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낸 것도 이 때인지 모른다.

우리는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

딕 체니가 4월 15일 서울에 온다. 사람들의 관심이 총선에 쏠려 있을 때 은밀히 와서 한미 관계의 다양한 문제들을 정비하는 게 그가 서울에 오는 목적이다.

미국의 이익이 한반도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한국의 지배자들이 미국에게 더 고분고분해지도록 말이다. 체니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이 미국의 요구대로 되도록 밀어붙일 것이다.

6자회담도 체니가 한국에 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그가 꼽는 “외교·재정·군사 행동의 표적” 가운데 하나다.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한반도가 핵무기 저장소가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게 어느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연설했다. 그는 북한 핵의 완전한 해체를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다.

무엇보다, 체니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마무리하는 데 관심이 있다. 체니는 파병지와 파병 일정을 미국의 바람대로 바꾸고, 무장 수준을 높이라고 요구할 것이다. 체니는 중동의 석유 지배권을 손에 쥐기 위해 한국군을 이라크인 학살에 동원하려 한다.

이라크인 1만여 명을 학살한 전범 체니에 대한 우리의 증오를 4월 15일 똑똑히 보여 줘야 한다.

딕 체니 방한 규탄 기자회견

4월 15일 오전 11시 광화문 KT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