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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는 왜 헛다리를 짚는가

박근혜의 좌충우돌과 위기가 계속되는 데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힘을 합쳐야 겨우 박근혜 지지율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문재인과 안철수가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나 하며 개혁을 바라는 대중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가 갑자기 획기적인 바람을 일으킬 것 같지도 않다.

이것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최근 단일화의 고리로 제기한 ‘정치혁신’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지난해 2030 세대 여론조사에서 77퍼센트가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할 정도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크다.

1퍼센트 부자만을 대변하며 자기 잇속만 챙긴 새누리당이 이런 정치 환멸을 낳은 장본인이다. 개혁을 바란 사람들에게 쓰디 쓴 배신감을 안겨 준 민주통합당도 이에 한몫 했다.

이런 정서에 다가가려 안철수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하는 등의 정치혁신안을 냈다. 그러나 “없앨 것은 중앙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며, 줄일 것은 의원 수가 아니라 새누리당 의석 1백 석”이라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말처럼 이것은 헛다리 짚기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랬더니 염소 목에 달았다”고 꼬집었다.

문재인이 내놓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은 비례대표를 1백 석으로 늘리자고 했지만, 여전히 진보정당이 요구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요즘 제기되는 ‘개헌’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고, 대통령을 두 번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서 99퍼센트의 요구가 더 잘 반영될 거라고 기대할 근거가 없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은 국회의원 세비 20퍼센트 인상이었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이 이어지고 비정규직이 철탑에 올라가는 동안 새누리당은 문제 해결은커녕 친재벌 정책을 벌였고 민주당은 꾀죄죄하게 타협해 왔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런 보수 정치인들을 물갈이하고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될 수 있도록 정치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주장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시위와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교사·공무원 노동자의 정치 활동이 허용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서만 권력자들에게 양보를 얻어 내고 노동자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정치적 대안도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진보정당이 더 목소리를 늘릴 수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나 결선 투표제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의 정치혁신안에서 이런 알맹이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안철수가 박근혜 뒤를 쫓아간 ‘경제민주화’ 논의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안철수는 재벌의 집중된 소유권을 분산하고 중소기업 육성하는 방향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1명이 지배하던 기업을 10명이 쪼갠다고 해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개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재벌 총수 일가가 지배하지 않는 KT와 같은 기업도, 중소기업들도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저임금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쥐어짜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 계획 없이 무슨 복지고, 또 무슨 경제 민주화입니까?”(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이처럼 문재인과 안철수가 알맹이가 빠진 의제들만 제기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본가 계급의 눈치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표도 얻으려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위기 심화에 대한 지배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기득권 세력에 부담을 줄 만한 대안을 내놓는 것은 피하고 있다. 문재인은 “사회적 대타협”을 말하며 노동자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고, 안철수는 ‘의석 수를 줄여야 노동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누가 당선하든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에서 알맹이 없는 미사여구들조차 거두며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뼛 속까지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의 낙선을 바라며 차악에게 기대를 거는 심정은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전투는 대선 이후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의제를 제기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