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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월가의 대변자들 중에서 고르라는 미국 대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11월 6일 미국 대선에서 미국의 ‘워킹 푸어’들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미국 대선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큰 논란을 낳은 대법원 판결로 플로리다 주의 표를 얻은 덕분에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했던 2000년 선거 때처럼 말이다.

글을 쓰는 지금[10월 29일] 공화당 후보 밋 롬니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를 49퍼센트 대 48퍼센트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경합주 아홉 곳에서는 아직 오바마가 살짝 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후보들이 “군(郡, county)마다 돌면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고 묘사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니다. 미국 50개 주에서 일반 국민투표를 통해 뽑힌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에 당선하려면 선거인단 중 최소 2백70표를 확보해야 한다.

인구가 적은 주에 유리하도록 선거인단이 배분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지 못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경합이 치열한 상황이라, 오바마가 전체 투표에서 더 적게 득표해도 선거인단 표에서 롬니를 이길 수 있다. 부시가 2000년에 이런 식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 … 초선 때보다 재선 때 득표율이 높았다. 그리고 그렇게 득표한 덕에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큰소리칠 수 있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이기지 못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만 승리하는 것은 대통령 오바마의 통치력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다.”

월가 ‘점거하라’ 시위대 이 사람들을 오바마와 롬니가 대변할 수 있겠는가. ⓒ사진 출처 Paul Angelo(플리커)

하원 내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을 사기당했다며 격분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에 맞서야 할 테니, 오바마는 두 번째 임기 초반부터 레임덕이 될 것이다.

4년 전에 그토록 많은 환희 속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어째서 이 지경까지 왔는가? 흔한 대답은 미국 경제가 2008~2009년의 대불황에서 회복하는 것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이클 로버츠가 그의 훌륭한 블로그에 썼듯이, “미국 기업 이익은 이전 최고치를 뛰어넘었지만, 기업의 이윤율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다. 미국 자본주의는 아직 이전의 비생산적 자본과 부채에 짓눌려 있고, 그래서 기업들이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최신 통계를 보면, 2012년 삼사분기에 기업 투자가 실제로 줄었다.

오바마는 이런 암울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09년 1월 임기를 시작한 이래, 오바마는 2007년 가을 금융 위기로 거의 붕괴한 월스트리트 주도 경제·정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정치 컨설턴트 맷 스톨러는 오바마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는 보수적 테크노크라트*다. 자기 자신 같은 보수적 테크노크라트들이 복잡한 국가 기구를 운영하도록 보장해 주고, 그들이 사익을 챙길 수 있도록 정책을 운영한다. 그 정책의 결과는 근본적인 정치·경제적 불평등이다.”

스톨러는 “부시 정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해서, 소득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65센트가 최상위 1퍼센트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에서는 그 수치가 93센트까지 올라갔다” 하고 지적했다.

이래서 공화당은 불황이 유발한 분노를 이용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었다. 사모펀드 사장 출신 롬니의 도전에 직면해, 오바마는 언사를 살짝 좌경화했다.

그러나 첫 대선 TV 토론에서 오바마가 보여 준 부진한 성과는 2008년에 오바마에게 열광했던 지지 기반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분명히 보여 줬다. 롬니는 약삭빠르게도 이후 토론에서 국내·대외 정책 모두에서 중도로 옮겨 갔다.

그래서 민주당은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카드를 쓰기가 어려워졌다. ‘오바마를 찍지 않으면 미국은 암흑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카드 말이다. 진실은 이 선거가 월가와 미 제국을 옹호하는 두 대변자 사이의 경합이라는 것이다.

정치자금을 추적해서 백서를 발간하는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는 이번 선거에 약 58억 달러[63조 4천억 원]가 쓰일 것으로 추산한다. 대통령 선거 정치는 기업의 부자들과 경매가를 부를 수 있는 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들은 11월 6일 대선에서 점점 늘어나는 미국 ‘워킹 푸어’**의 표를 얻으려고 하지만, ‘워킹 푸어’의 처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얻을 것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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