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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의 삶과 투쟁:
“애벌레를 벗어나 나비가 되고자 합니다”

기간제 교사의 성과급 집단 소송으로 기간제 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간제 교사는 한정된 기간 동안 정규직 교사의 일을 대신하는 교사다. 정규직 교사가 출산, 유학, 질병 등의 이유로 휴직을 하면 그 교사의 업무를 전부 인수받아 한다.

기간제 교사들의 고용은 불안하기 그지없고 이 때문에 온갖 부당한 일을 겪고 있다.

정규직 교사가 1년을 휴직해 1년 계약을 체결해도 휴직 사유가 1년 안에 소멸하면 기간제 교사의 계약도 끝이 난다.

그래서 한 기간제 교사는 1년 계약을 했지만 외국에 나가 있던 정규직 교사가 두 달 먼저 귀국하자 바로 해직이 됐다.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그 교사는 자기 반 아이들의 졸업식을 보지 못한 채 12월 말에 그 학교를 나와야 했다.

몇 년 전 내가 한 경기도 고등학교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1월이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방학 중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데 지급됐으니 급여를 환불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네이스 투쟁을 할 때였다. 친하게 지내던 전교조 교사가 내게 네이스에 관한 교내 토론회에서 지지 발언을 해줄 것을 부탁해 와, 발언을 했다. 그런데 구두로 2년 계약을 약속받고 간 학교였으나 토론회 이후로 남은 계약 기간 1년은 다른 기간제 교사로 대체됐다.

기간제 교사들은 1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학교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3월 1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3월 2일자로 계약을 하는 야비한 수법을 쓰기도 한다.

‘희망 고문’

‘쪼개기 계약’으로 차별받기도 한다. 학기별로 계약하고 방학은 계약 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사립학교에서는 1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하면 정규직 교사로 발령을 내 주겠다면서 부려먹는다. 그러나 이 말을 지키는 학교는 드물다. 그래서 이를 ‘희망 고문’이라고 한다.

‘희망 고문’은 1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립학교는 7년을 근무한 한 기간제 교사에게 재단이 어려우니 1억 원을 내면 정규직으로 임용하겠다고 했단다.

나는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2학기 중간고사를 앞 둔 시기여서 입원을 할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몸은 아팠지만 학교의 눈치가 보여 병가를 쓸 수 없었다. 물론 계약서에는 기간제 교사도 7일간 병가를 쓸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다음해 계약을 위해서는 아플 수도 없다.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해임된 기간제 교사도 있다.

이런 처지임에도 주어진 상황을 바꿀 힘이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뤄진 기간제 교사의 성과급 지급 집단소송은 희망을 느끼게 해 줬다. 전교조가 지원하고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이하 전기협)가 앞장서서 이뤄진 일이다.

집단소송

지난해 5월 전교조는 기획 소송으로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6월 승소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 집단소송을 지원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전현직 기간제 교사 6명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전기협을 만들었다. 전기협은 지난 10월 31일에 원고 2천7백12명의 서류를 접수하고, 성과급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다.

올해 4월 교과부가 발표한 전국의 기간제 교사 수는 4만 79명이다. 교사들 중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초등학교 4.7퍼센트, 중학교 11.5퍼센트, 고등학교 11.1퍼센트에 이른다.

내년에 교사 임용 수가 줄면 기간제 교사의 수가 늘 수 있다. 현재도 미발령, 집중이수제, 교과 선택제 등으로 기간제 교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가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집단소송을 계기로 시작된 기간제 교사들의 운동은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불안정한 고용과 차별받는 설움을 없애고 기간제 교사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학교 식당 급식 조리사, 영양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도 그들에게 영감을 얻고 그들처럼 행동에 나서야 한다. 나비가 되려면 애벌레의 삶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