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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이 말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말한다

강제 추방 단속 아래 산다는 것은

며칠 전 정부의 강제 추방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들 몇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 여럿이 한국에 들어와 20대를 보냈고, IMF 경제 위기도 경험했다. 그러던 지난 11월 노무현 정부의 강제 추방 정책이 시작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지역에서 벌어진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 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는 농성에 참가했다. 이들은 지금도 강제 추방에 항의하는 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1992년에 한국에 온 한 네팔 노동자는 그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제가 네팔을 떠날 때 딸이 어렸는데 지금은 16살이죠. 그리고 당시에 아내가 임신중이었는데 제가 한국에 들어온 뒤에 아들을 낳았어요. 아들은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어요.”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지낸 세월 중에 IMF 때가 참 힘들었는데 지금이 그 때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정부의 마녀사냥 분위기 때문에 조성된 심리적 불안함과 위축감 그리고 궁핍은 이주 노동자 9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정부의 강제 단속·추방 정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약 4천5백여 명이 단속에 걸렸고, 이들은 이미 추방됐거나 감옥과 다를 바 없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소’와 출입국 관리소 등에 분산 수용돼 추방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단속 시작하기 직전에 분위기는 정말 공포스러웠어요. 정부는 우리가 농성을 시작하니까 함부로 하지 못했죠. 그 전에는 라디오에서 ‘주변에 불법 체류자가 있으면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하루에 두 번씩 방송했어요. 꼭 민방위 훈련 때 사이렌 소리 울리면서 하는 방송 같았어요.

“부동산 주인들한테까지 신고하라고 했어요. 분위기가 그러니까 길 가다 보면 ‘쟤네들 아직도 안 갔네’하고 말하는 소리들이 뒤에서 들려와요. 그럴 때 기분은 진짜 말로 다 할 수 없죠.”

“단속에 쫓겨 어렵게 어렵게 장만한 집에서 나가면 우리가 어디로 갑니까? 그 때는 라면 두 달치 사다 놓고 지내는 사람 많았어요. 한국말 잘 못하는 사람들은 음식이 떨어져도 밖에 못 나오죠. 나가면 잡히니까. 그래서 화장실에서 목매 죽고 그런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농성 강하게 할 때는 정부가 단속 못하고 보고만 있었어요. 그러다 지금 농성하는 수가 줄어들고 약해지니까 단속이 다시 강화됐어요.”

이주 노동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려 한다며 걱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비두와 자말을 방글라데시로 추방하면서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여서 보냈다.

“요즘은 쓰레기도 함부로 못 버리는 세상인데, 우리는 쓰레기보다 훨씬 유용한 사람들 아닌가요? 우리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아요. 우리가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에 맞서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투쟁하는 동안 자신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전에는 돈 버는 일이 제일 중요했는데, 이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분명한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반전 운동은 세계적 운동이니까 우리도 함께할 수 있어요. 아직 다른 문제들은 나서는 게 좀 어려워도 말예요.”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를 거두면 힘이 많이 된다고 했다. 자신들도 나서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 특히 민주노총이 좀더 적극 나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정원

인간 사냥용 ‘그물총’

최근 대구에서 한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가 ‘그물총’에 걸려 단속됐다.

이 장비는 압축된 공기를 이용해 16㎡ 넓이에 그물을 쏠 수 있는 발사 장치인데, 발사된 그물은 10m 거리까지 날아가 사람을 덮친다. 심지어 경찰도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이 장비 도입을 포기했다.

법무부는 아직 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지난 2월 서울출입국관리소에 ‘그물총’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출입국관리소장은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단속 직원들이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그물총을 도입했다며 “도주하는 불법체류자들과 우리가 특별히 주목하는 ‘골수’ 불법 체류자를 단속할 때” 이 장비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야만적인 탄압 수법을 사용해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런 비열하고 야만적인 탄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주제
차별 이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