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유럽 노동자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사상 초유의 유럽 공동총파업을 벌인다.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공동총파업이 이미 결정됐고, 몰타와 키프로스에서도 공동총파업 참가가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 IMF, 유럽중앙은행(일명 ‘트로이카’)이 남유럽 나라들에 돈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정부 지출을 줄이라고 강요한 것이 이번 총파업을 촉발시켰다. 이 나라들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외국은행에 이자를 지불하느라 재정이 파탄 났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복지 지출과 공무원 임금을 깎아 외국은행에 진 빚을 갚으라고 강요했다. 또 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긴축 때문에 경제가 쪼그라들어 그리스 청년 실업률이 55퍼센트로 치솟았는데도 말이다!

포르투갈에 강요한 긴축 때문에 실업률이 계속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데도 트로이카는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최근에도 포르투갈 정부는 트로이카에 돈을 갚기 위해 노동자들의 세금과 복지 부담을 ‘핵폭탄’급으로 인상했다. 

10월 18일 스페인 긴축 반대 투쟁 이런 투쟁들이 유럽 공동총파업의 밑거름이 됐다. ⓒ사진 출처 Jan Slangen(플리커)

스위스 은행

구제금융으로 내몰린 스페인에서는 5백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매주 2천 명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 정부가 자국민을 위한답시고 취한 조처는 먹을 것을 찾아 뒤지지 못하도록 쓰레기통에 자물쇠를 설치하는 일이다!

이런 트로이카와 그 똘마니 노릇을 하는 각국 정부에 맞서 그동안 노동자들은 국가별로 싸워 왔다. 

그리스에서는 경제 위기 이후 스무 번이 넘는 총파업을 벌이며 앞장서서 이번 유럽 공동총파업의 길을 닦아 왔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유럽 공동총파업에 앞서 의회가 새 긴축안을 표결에 부치는 11월 7일과 8일에도 이틀간 총파업을 벌인다. 국민들에게 긴축을 강요해 온 그리스 정·재계 인사와 부자 2천여 명이 스위스 은행으로 돈을 빼돌린 사실이 폭로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 9월 1백만 명이 거리시위에 참여해 긴축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불과 한달 만에 정부는 세금인상안을 다시 발표했다. 시위를 넘어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압력을 받은 포르투갈 노총은 다른 나라에 연대 총파업을 호소했다.

이놈(사회당) 저놈(국민당) 바꿔가며 정권을 맡겨 봤지만 다를 게 없어 돌파구를 찾던 스페인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화답했다. 스페인에서는 ‘분노한 사람들’이라는 광장 점거 운동과 광원들의 장기 파업이 투쟁의 근육을 단련해 왔다.

유럽의 다른 나라 노동자들도 같은 날 “긴축에 반대하고 일자리와 유럽의 단결을 위한”(유럽노총) 연대 행동을 준비 중이다. 프랑스 5개 노총이 동참을 선언했고, 영국·독일·벨기에·네덜란드에서도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

이런 연대 행동은 그동안 자본가들이 남유럽 노동자들을 싸잡아서 ‘돼지들’(PIGS-포르투갈·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첫 알파벳 모음)이라고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노동자들을 나라별로 이간질 해온 것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