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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지역이 어디가 되든 안전하지 않다

파병 지역이 어디가 되든 안전하지 않다

김용욱

미국은 남부 1곳과 북부 2곳을 한국군 파병지 후보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실제로는 북부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더는 “미국과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싫어하기 때문에 미국의 희망대로 북부로 배치될 확률이 커졌고, 미국은 “최대한 안전한 지역에서 한국군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측 모두 파병은 기정사실로 한 채 “치안이 양호한” 주둔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 문제인 듯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라크 전역이 갈수록 정치적·군사적으로 불안정해질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 이라크 중부의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에서는 연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를 ‘순찰’하는 미군 차량의 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나 된다. 팔루자에서는 미군이 시내로 진입하면 10분 안에 공격이 시작되는 게 예사다.

남부에서는 마른 장작에 석유를 붓는 과정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시아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성직자 아야톨라 알-시스타니는 자신이 미국에 속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애초의 입장을 바꿔 임시헌법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시아파 대중의 생각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자프 시 입구에는 “임시헌법은 사기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스타니는 대중 동원을 꺼리지만 모든 시아파들이 그렇지는 않다. 시스타니가 시아파 지지자들을 군사적 저항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계속 통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더 급진적인 시아파 성직자들은 미군에 저항하는 민병대를 꾸리자고 공공연하게 선동하고 있다.

한국군이 주둔할 가능성이 높은 북부 쿠르드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쿠르드족은 연방제 하에서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자치를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당연히 키르쿠크 석유에 대한 일부 권리를 포함해서), 이란과 시리아뿐 아니라 무엇보다 터키가 이를 용인할 리 없다. 이미 폴 브레머는 터키에서 이라크 북부로 망명한 쿠르드 단체인 쿠르드자유민주회의(옛 쿠르드노동자당)을 불법 테러 단체라고 발표했다. 터키가 이라크내 터키인 단체인 ‘투르크 전선’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미국이 양대 친미 쿠르드 정당(쿠르드민주당과 쿠르드애국동맹)에 타협을 강요한다면 북부 전체의 상황이 불안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불안정이 어떤 식으로 폭발할 지는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군 주둔지로 미군이 새로 제시한 지역 중 하나인 에르빌에서는 지난 2월 1일 양대 쿠르드 정당이 공격을 받아 수백 명이 부상하고 1백여 명이 사망했다. 모술과 키르쿠크에서는 지난 주 말에 이라크 경찰과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렇듯 불안정한 지역의 치안 유지 활동을 한국군이 분담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한국과의 합동 군사작전 요구를 철회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랜스 스미스 미국 중부 부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한 위협이 구체적으로 있을 경우 이를 분쇄하기 위해선 한국군이 미군을 포함한 어떤 연합군과도 합동작전을 펼 수 있다”고 못박았다. 미국은 부족한 군인을 보충하기 위해 남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용병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 미국이 3천6백 명이나 되는 한국군을 “평화 재건” 업무나 하도록 내버려 둘 리 없고, 한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한국군이 평화 재건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는 몽상은 우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파병지가 어디가 되든 상관 없이 파병 반대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